혜택 줄어드는 독 유학생/유재식 베를린 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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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일후 보수우경화하고 있는 독일의 전반적 사회분위기로 인해 독일에 유학중인 8천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직·간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물론 한국인,나아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지도를 기피하거나 학위를 잘 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독일 유학생으로서 누려오던 여러가지 혜택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잘 알려진 대로 독일의 대학이 학비는 없지만 학위를 취득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석사학위를 인정받아 처음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해도 대개 6∼7년,학부부터 시작해 석·박사학위를 따는데 10년 이상이 소요되는게 보통이다. 이는 독일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장기간의 수학이 종종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독일에서 체류해야 하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유학기간중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해 유학하기 때문에 공부와 가족부양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그래도 얼마전 독일통일 전까지는 각종 혜택을 받아 근근히 생활하며 학업을 계속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통일후 외국인 관계법이 개정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각 주,또는 시정부마다 약간씩 차이는 나지만 유학생들을 이전의 장기체류자에서 단기체류자로 분류,자녀 출생시 6개월간 매달 6백마르크씩 지원해주던 산후양육비와 「킨더겔트」로 불리는 어린이양육비(자녀 1인당 매달 1백마르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매달 2백∼3백마르크씩 지급하던 주택보조금도 예전에는 신청하면 아무말없이 지급했으나 요즘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급을 기피하고 있고 비자연장도 잘 안해주고 있다. 10년만에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외국인 학생의 경우 강제추방하는 주도 있다.
독일의 이같은 외국학생 기피증에 대해 유학생 김모씨는 『독일정부나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극우파의 외국인 혐오나 외국인에 대한 폭력을 비난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교묘하게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독일정부다. 더욱 화나는 일은 이런 사실이 어느 신문에도 게재되지 않아 여론화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국내에 교수직 등 일자리가 많지 않아 이래저래 독일 유학생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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