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최대규모 시위/흑인 10만 백인통치 종식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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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ANC와 협상재개 시사
【프리토리아·요하네스버그 AP·AFP=연합】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인권단체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5일 약 10만명의 흑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백인통치 종식을 요구하며 수도 프리토리아의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는 남아공 최대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ANC는 이날 케이프타운에서도 지지자 5만명이 도보행진을 벌였으며 요하네스버그·더반·포트·엘리자베스 등 남아공내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도 데 클레르크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6백여명의 시위자들을 체포했으나 유혈충돌은 없었으며 군부대도 부근 거리에서 전투복장을 갖추고 대기했다.
시위자들은 정부청사 주변 약 3㎞를 초록·노랑·검정 등 ANC의 3색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이틀간 ANC의 주도로 약 4백만명의 흑인 노동자들이 올 연말까지 다민족으로 구성된 임시정부의 수립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가진데 뒤이어 실시된 것이다.
만델라는 시위군중에 행한 연설에서 『국민 단합을 위한 임시정부의 수립은 긴급하고도 중요한 조치』라며 임시정부 수립을 촉구했으며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대로 정부와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행진이 있은후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지난 5일동안 ANC와 「모종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현재 중단된 상태인 백인정부와 ANC의 협상이 곧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주 ANC가 주도한 총파업과 시위행진을 지난 3월 남아공정부가 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투표에 대비시켜 『ANC에 대한 흑인들의 국민투표』라고 말했는데 그 결과는 일단 ANC의 승리로도 볼 수 있어 양측간 협상 재개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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