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100m 「금」 크리스티|약물복용설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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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세계를 경악시킨 서울올림픽 벤 존슨 악몽이 바르셀로나에서 되살아나고있다.
1일오후(한국시간2일새벽) 몬주익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남자육상 1백m결승전에서 9초96의 기록으로 우승한 영국의 린퍼드 크리스티(32)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 대회조직위원회(COOB)는 물론 IOC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티의 약물복용설이 제기된 계기가 여자육상 1백m에 미국대표선수로 출전한 궨토런스의 폭로에서 비럿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과 파문을 더하고 있다.
토런스는 여자육상 1백m결승에서 4위로 밀려난 직후 『여자1백m결승전에서 뛴 8명의 선수중 3명은 약물을 복용했으며 그중 두명은 메달리스트』라고 주장, 파장이 커지고 있는것이다. 토런스의 폭로로 발생한 약물복용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급기야 남자육상1백m로 번짐으로써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남자1백m 우승자인 크리스티가 약물복용 혐의를 받고 있는 결정적인 계기는 ▲서울올림픽 약물복용검사에서 이상물질이 발견된 전력과 ▲며칠전 약물복용사실이 밝혀져 선수촌에서 추방됐던 영국육상대표 제이슨 리빙스턴이 크리스티의 동료이자 크리스티와 동일한 코치밑에서 지도를 받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올림픽 1백m에서 9초97로 은메달을 따냈던 크리스티는 소변검사에서 이상물질이 발견됨으로써 은메달이 유보됐었으며 당시 그는 『인삼차를 상당기간 복용했을 뿐』이라고 진술함으로써 가까스로 약물복용혐의를 벗어났었다.
크리스티가 비록 도핑의 혐의를 탈출하기는 했지만 그에대한 의혹의 부조리는 항상 계속돼왔던게 사실.
그러나 크리스티는 이번대회 우승직후 인삼차 복용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나는 단한번도 인삼차를 마셔본적이 없다』면서 『이는 순전히 여러분의 상상일뿐』 이라고 서울올림픽에서의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의혹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결과를 자초했다.
특히 리빙스턴 코치인 론 로단이 바로 크리스티의 코치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이 꼬리를 물고 계속 번져나가자 정작 곤혹스러워하는 측은 IOC.
만일 서울에 이어 바르셀로나에서 까지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육상1백m우승자가 도핑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하는 사건이 재발할 경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올림픽의 권위와 명예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IOC측은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한채 『상세한 도핑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면 사실여부가 밝혀질 것』 이라고만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바르셀로나=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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