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선진기술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구소련에서 철의 장막이 걷히면서, KGB(국가안보위원회)가 그동안 서방측의 첨단기술정보를 수집해 소위 「붉은 책」이라고 불리는 기술쇼핑리스트를 작성해 온것이 밝혀졌다. 요즘도 경제난국 타개를위해 과학기술정보수집에 더욱 집중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미국 CIA(중앙정보부)가 지난 4월 대대적 체질개선을 통해 과학기술정보수집 기관으로 변화해 가는것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군사정보의 싸움에서 기술정보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그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기 훨씬 전에 이미 미국으로 「기술사절단」같은 수많은 기술인력을 파견해 선진기술을 습득토록해 이제는 미국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일본은 「보물섬지도」를 얻는 작전으로 「보물찾기」에서 이긴 셈이다.
오늘날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 기업들은 기술정보수집에 연구개발비용의 상당부분을 투입하고 있으며, 수집된 정보는 전산화를 통해 각기업의 전사원들이 「격차없는 정보공유」를 할수있게 하고있다. 국내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술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즈음, 선진국들이 한발 앞서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을 봐야만 하는 쓴 경험이 한두번씩은 있게 마련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선진국이 추진해온 프로젝트였음을 알고나서야, 시작단계에서의 확실한 정보수집 노력및 능력부족을 절감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선진국들은 국가차원에서 기술정보의 수집활동을 강화하고, 얻어진 정보의 무분별한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국립정보서비스국, 일본과 프랑스의 기술정보센터등과 같은 국가차원의 기술정보체제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는 일본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던 60, 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그들의 연구개발비 규모가 미국의 20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효과적인 기술개발이란 단순히 연구개발투자의 확대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보물섬가는 길을 찾아 모로 더듬어 찾아가는 식이 아닌, 눈과 귀와 머리의 정보망을 통해 남보다 한발앞서 「보물섬지도」를 손에 넣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발전의 핵심은 기술개발에 달려 있으며, 기술개발의 성패는 곧 기술정보의 효과적인 수집과 유통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전쟁은 곧 정보전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