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선수" 투병 끝에 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병명도 모른채 병상에누워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던 여자 스프린터가 병마를 뿌린친데 이어 지구초대 최고 빠른 선수로 거듭났다.
육상 여자1백m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게일 디버스(25) 가 걸어온 인생경로는 눈물과 좌절·한숨으로 점철된 절망의 연속이었다.
디버스는 88년 태평양연안육상대회 1백m우승과함께 3관왕에 오르며 미국대표팀에 발탁돼 서울올림픽에 나섰으나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이후 디버스는 43.2kg의 체중이 갑자기 61.3kg으로 불어난데 이어 목이 붓고 눈이 튀어 나오는등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두드린 디버스에게 많은 의사들은 감기 또는 과로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호르몬질병이라고만 했지 정확한 원인을 찾지못했다.
이후 디버스는 신체적 이상과 함께 슬럼프에 빠져 한물 간 선수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물리치료사인 보브 포스트는 그레이브스병을 의심, 재검사를 받게 했다.
갑상선 이상으로 온몸이 뒤틀리는 무서운 질병인 이 병에 걸린 것을 안 디버스는 2년6개월간의 투병끝에 완전한 몸으로 퇴원, 재기를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굳어진 몸과 흩어진 근육을 바로잡기 위해 그녀는 남들이 자는 밤에도 트랙을 질주했으나 또다시 쓰러져 손발을 움직일수 없게 됐다.
의사로부터 다시 뛰면 죽는다는 사형선고(?)를 받은 그녀는 눈물로 뒤범벅된채 매일 밤 신에게 「한번의 기적」을 호소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통증은 사라졌으며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했던 디버스는 지난해 4월부터 걷기 시작했다.
마침내 디버스는 한달 뒤 트랙에 되돌아왔으며 3개월후인 8월 동경세계선수권대회 1백m에서 준우승, 세계 랭킹 2위까지 뛰어올라 재기에 성공했다.
주위에선 육상에 대한 그녀의 끝없는 열망이 신마저 감동케 만들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