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펀드서 '원조'맛 찾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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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동양투신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 펀드의 판매가 중단됐다.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후속펀드를 내놨다. '동양밸류스타주식'이다. 후광 효과 덕인지 동양밸류스타에는 한 달 새 200억원이 몰렸다. 이렇게 펀드가 인기를 끌면 후속펀드가 나오게 마련. 투자자들은 인기펀드의 우수한 성과를 기대하며 후속펀드에 가입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후속펀드라고 해서 무작정 가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조언한다.

◆후광효과 누리자=10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2005년 스타 펀드로 급부상한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주식'은 설정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자 신규 가입을 막았다. 이후 지난해 초엔 이름을 그대로 활용한 '유리스몰뷰티플러스주식'을 내놨다.

2006년 상반기 히트 펀드인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삼성그룹주식'은 후속 펀드를 비롯, 아류 펀드까지 양산했다. 동양투신운용은 운용 방식이 비슷한 '동양e-모아드림삼성그룹주식'을 선보였지만 원래 펀드의 명성에 밀려 흥행엔 실패했다. 그밖에 SK그룹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5대 그룹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 등 각종 그룹주 펀드가 쏟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선 전기전자(IT) 업종의 부진과 함께 펀드의 축인 삼성전자.삼성SDI 등의 주가가 하락하자 운용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14개 상장사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에 취약하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지난해 10월 한국운용은 삼성그룹주 외에 다른 업종 대표주 14곳에도 투자하는, 이름은 비슷한 '한국삼성그룹리딩플러스주식'을 출시했다.

◆인기펀드는 후속펀드와 다르다=돈은 밀려드는데 운용상 신규자금을 받기엔 문제가 있을 때 후속펀드가 나온다. 동양중소형고배당과 유리스몰뷰티는 모두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라 유동성 문제 때문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운용사 입장에선 자발적으로 몰려드는 자금을 외면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신 후속펀드를 만들어 그런 돈을 흡수한다. 이름이 알려진 펀드니 마케팅도 수월하다.

그러나 인기펀드와 후속펀드는 엄연히 다르다. 한국삼성그룹은 삼성그룹 14개에만 투자하지만 여기에 업종 대표주를 추가시킨 한국삼성그룹리딩플러스는 원래 펀드보다는 업종 대표주 펀드에 더 가깝다. 이름만 빌려 온 셈이다. 유리스몰뷰티와 유리스몰뷰티플러스는 편입비중 상위 10개 종목(3월 말 현재) 가운데 겹치는 것이 3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익률이 차이날 수밖에 없다. 유리스몰뷰티와 유리스몰뷰티플러스는 6개월 수익률이 10%포인트 벌어진다. 삼성그룹리딩플러스는 삼성그룹주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삼성증권 김남수 연구원은 "이름만 가지고 성과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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