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작 『게르니카』 소장 미술관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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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별관에 있던 파블로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가 지식인과 예술가및 일부 정치인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끝내 소피아왕비 미술센터로 옮겨졌다.
스페인 문화부는 지난달26일 오전6시 가로 7.76m, 세로 3.49m의 이 대작을 프라도에서 1km떨어진 소피아센터로 이전했다. 당국은 교통혼잡과 손상우려를 피하기 위해 일요일을 택해 경찰2백여명과 각종 안전장치를 동원, 지난 수개월간 논란이 돼왔던 이 작품의 이전을 강행했다.
그러나 『게르니카』의 이전을 둘러싼 정부와 예술계의 대립은 앞으로도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사실 피카소는 지난 39년 이 작품을 뉴욕현대미술관에 무기한 대여 형식으로 빌려준 뒤 고국 스페인에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민주주의와 자유의 회복 ▲반드시 프라도에 전시할 것등 두가지 조건을 내걸었었다.
프랑코의 독재가 계속되는한 조국과 화해할 수 없다던 그의 확고한 신념 때문에 이작품은 지난 81년에야 42년에 걸친 뉴욕 망명을 끝내고 마드리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게르니카』의 이전결정에대해 호르디 솔레 투라 스페인 문화장관은 이 작품의 유일한 합법적 소유자는 국가이므로 이상적인 영구보관장소를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어차피 국내곳곳에 산재한 근·현대 명화들을 한자리에 모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예술계는 이에대해 『「배신과 무지의 결정」을 내린 당국이 사후에야 반대자들과 대화를 갖겠다는 것은 더욱 야비하고 가증스러운 처사』라고 공박하면서 피카소 자신은 이 작품이 그가 평생 존경했던 벨라스케스와 고야등 스페인 거장들의 작품과함께 프라도에 놓이기를 열렬히 원했던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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