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보다 양이다, 원서를 잡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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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4면

영어 듣기 실력은 듣기, 말하기는 말하기, 쓰기는 쓰기로 향상된다. 그렇다면 읽기 실력 향상은? 마찬가지다. 많이 읽어야 된다. 원서를 읽어야 된다. 언제까지 원서 읽기를 미룬 채 계속 학습서로 준비만 할 것인가. 영어에 대한 감각은 원서 읽기를 통해 직접 얻어야 한다. 아래와 같이 한 번 해보시라.
 
데뷔의 기쁨을 만끽하라
원서 한 권을 통독했다는 뿌듯함을 느껴 보는 게 필요하다. 일단 한 권을 끝내면 10권, 100권의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된다. 확실한 성공을 위해 처음에는 두툼하고 어려운 원서는 피해야 한다.

읽기 능력 키우려면

데뷔에 따르는 고통은 피하지 말자
영어 읽기는 결국엔 취미가 될 수 있다. 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보 취득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 읽기는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공부의 일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부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최소화할 수는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을 선정하라
초기 고통을 줄이기 위해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매혹적인 책을 골라야 한다. 중급자 이상은 실용서도 좋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구나 테니스ㆍ골프에 관한 책이나 잡지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외국어 영화 잡지나 좋아하는 영화 대본을 소설 읽듯이 보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읽기는 버리자
읽기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영어 영역이다. 그러나 친숙한 만큼 여러 잘못된 습관이 우리 발목을 쉽게 붙잡을 수 있다. 특히 머릿속에서 문장을 문법적으로 분석하거나 우리말로 번역하는 따위의 습관은 멀리해야 한다. 한 문장 안에서 앞으로 뒤로 바삐 움직이며 문법적 규정을 내리는 것은 번역할 때에는 유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번역과 독해는 별개의 작업이다.

첫 통독 때는 절대 사전을 찾지 말고 일단 끝까지 읽어라
읽는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제 아무리 많이 나와도 무시하고 마지막 페이지로 치달아야 한다. 처음에는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페이지만 넘기는 식이 될 수 있다. 그래도 계속 읽다 보면 인간 뇌의 고유능력인 추측력이 발휘되면서 이야기 전체의 숲이 보이고 대의가 잡힌다. 사전을 찾다 보면 아무리 책을 오래 잡고 있어도 얼마 못 읽게 된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글의 맥락 속에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하면 된다. 세상사에서 모든 단어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긍정’ 아니면 ‘부정’이다. ‘음’ 아니면 ‘양’이다. 특정 단어가 음적인지 양적인지를 문맥을 통해 판단할 수 있으면 전체 문맥의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도의 상상력이 동원되면서 영어에 대한 지적인 감이 완성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책을 읽어가며 정말 궁금한 단어는 간단한 밑줄을 그어 표시만 해두었다가 나중에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한꺼번에 몰아서 찾아보면 된다.

양적인 노출의 극대화가 우선이다
원어민에 가까운 읽기 능력에 도달하면 원서를 필요에 따라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보면 된다. 그러나 아직 학습자 수준일 때는 영어 원서에 대한 노출, 즉 절대 독서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 매일 30분 이상 읽어야 한다.

통속소설에 주목하라
재미에다 생활영어 실력 향상까지 꾀할 수 있는 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소설이 최고다. 그중에서도 ‘현대 통속소설’이 초보자의 영어 읽기에 가장 적합하다. 줄거리가 쉽게 질리지 않고 이해하기가 비교적 쉬워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를 판다
한 가지 주제를 다루는 여러 권의 소설, 자기계발서, 신앙서 등을 읽다 보면 관련된 표현이 수없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연상작용을 통해 자연적으로 이해와 암기의 시너지(상승) 효과가 일어난다.
 
자신과 ‘글 궁합’이 잘 맞는 작가를 찾아라
여러 작가 중에서도 왠지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한 작가에게 푹 빠져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 그 작가의 문체가 더욱 익숙하게 다가오고, 자주 쓰는 표현기법도 오롯이 내 것으로 더 쉽게 체화(體化)된다.
 
원서 읽기는 영어 실력 향상뿐 아니라 언어 외적인 지식까지도 덤으로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큰 이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뭘 망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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