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쓴 경제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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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쉽게 풀어쓴 경제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경제에 대힌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이해된다.
사회주의 70년의 실험이 실패로 드러나면서 이념서적에 대한 수요가 경제 서적쪽으로 돌아선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가는 왜 뛰는지, 기업의 적자는 왜 생기는지, 은행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문제를 주제별로 나눠 에세이 형식에 담은 쉽게 쓴 경제서들은 마치 라디오프로 『5분경제해설』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런 유의책으로 가장 먼저 대중성을 확보한 책은 정운영씨의 『광대의 경제학』.
그러나 판매면에서 대표적 성공사례는 90년 가을에 나온 동국대 권오철 교수의 『경제에세이』로 현재 5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최근에 나온 경제서로 눈에 띄는 것은 유시민씨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푸른나무간), 홍기현·조영달씨가 함께 쓴 『경제학 산책 』(김영사), 이경원씨의 『시장에서 만나는 경제이야기』등이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부터 고르바초프까지 자본주의 2백년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제학자 10여명의 사상을 핵심부분만 간추려 소개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역사, 경제사조의 흐름, 나아가 새로운 경제현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마련해준다.
유씨는 자본주의가 결코 완벽하고 영원한 체제일 수 없으며 사회주의 또한 뚜렷한 대안이 묄 수 없으나 자본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사회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유씨는 『자본주의 2백년사에 나타난 갖가지 쟁점의 뿌리는 분배 문제에 있었다』고 밝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가진자를 편든 경제학자와 못가진자를 옹호한 경제학자로 크게 양분한 뒤 그들의 사상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대비시킨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보면 사회주의 실패의 원인과 함께 자본주의의 결함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지대를 불로소득으로 파악해 가장 큰 골칫거리로 규정 한리카도와 헨리 조지의 지대이론, 「자유무역은 선진국만 살찌운다」고 했던 리스트의 보호무역주의 등은 시공을 뛰어넘어 지금도 의미 있는 사상임을 확인케 해준다.
『시장에서 만나는 경제이야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우위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평등보다는 효율을, 관주도 보다는 민간주도를, 보호보다는 개방이 경제 열전시대를 살아남는 지름길임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학 산책』은 경제생활의 일반적 특성, 가격 결정 원리, 세계경제 속의 우리경제 위치 등을 일상생활의 예화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산업사회 30년의 경험이 경제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여 놓았다.
그만큼 경제서적의 독자층은 당분간 계속 두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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