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되찾은 「연어 모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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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염 씻어내는 영덕 오십천
산업폐수와 생활하수로 죽음의 강으로 변했던 경북 동해안 연어의 산란 모천 영덕 오십천에 연어와 은어·황어 등 물고기들이 10년만에 되돌아오고 있다.
새마을 운동 영덕군지회 1만8천여 회원들과 오십천 자연보호 협의회가 89년부터 추진해온 「오십천 살리기 운동」이 올해부터 영덕 주민들의 정신과 마음을 한데 모으는 범군민적인 새로운 새마을 운동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운동은 당초 새마을운동지회장 신백휴씨(46)와 사무국장 배영호씨(46)등 새마을지도자 10여명이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 오염이 날로 가속화되고 유역 환경마저 황폐화 돼가자 『죽어가는 오십천을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작은 불을 댕기면서 시작됐던 것.
처음에는 새마을지회 사무실에 자연보호 고발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오십천 주변 18개 폐수배출 업체를 대상으로 순회지도에 나서는 한편 매주 금·토요일엔 이들 업체들과 유역주택가에 대한 방역활동도 강화했다.
오물을 버리는 장소를 지정하고 지정된 장소가 아닌곳에 오물을 버리는 주민들에게는 협조 공문을 발송, 주의를 환기시키는 한편 방송차량으로 군 전역을 돌며 가두캠페인도 벌였다.
특히 교육청과 협조, 10개 국교 어린이들에게 자연보호 점검카드를 나눠주고 매주 두 차례씩 『우리집에서는 생활폐수를 방류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아오도록 하는 방법 등을 통해 각 가정에 자연보호 정신을 심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90년에는 각 기관·단체장·지역유지 등 77명이 모여 오십천 살리기 추진협의회를 구성, 이 운동에 뛰어들었고 영덕군에서도 1억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하류에 「모래 여과 건조수거식」폐수처리 시설을 갖추고 오십천의 물을 세 차례에 걸쳐 정화, 1급수로 만드는 사업도 병행했다.
오십천이 바다와 맞닿는 영덕군 강구면 금호리 부지 5백평에 설치된 이 폐수처리 시설은 하류인 영덕읍에서 쏟아지는 각종 오·폐수를 별도의 관로를 통해 모아 모래밭으로 통과시켜 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 완공된 것.
읍상류지역의 오십천은 아직 1급수에 가까울 만큼 맑지만 읍지역에 이르러서는 산업 폐수와 생활오수가 뒤섞이면서 오염돼 이곳만 정화하면 되살릴 수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오·폐수는 다시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기준 1ppm이하의 맑은 물이 돼 강구 앞바다로 흘러들게 된 것이다.
또 이같이 정화된 오십천을 보호하기 위해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헬기를 동원, 주민들과 해수욕장의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홍보 전단 2만장을 뿌리고 18일엔 여름방학을 맞은 각급 학교 학생 1천5백 여명이 참가하는 대대적인 캠페인도 벌였다.
『50골짜기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진 폭 2m, 전체길이 17·6km의 오십천은 강원도 속곡천과 도계천에서 소서천과 가천을 거쳐 1백리를 흘러내린 물이 합류하는 곳으로 강바닥에는 자갈이 많아 예부터 우천이라 불리고도 있다.
이 하천에는 돌이끼를 먹이로 서식하는 물고기가 23종에 이르고, 특히 연어의 산란장이자 회귀천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따라 경북도는 이곳에 연어 부화장을 설립, 70년대 이후 해마다 1백만 마리의 연어를 부화, 방류하고 있으나 오염으로 인해 최근에는 회귀율이 1.6%(1만6천마리) 밖에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강구항을 중심으로 원양어업이 번창하면서 항구주변에 수산물 가공공장이 수없이 들어서고 각종 산업폐수와 생활오수가 흘러들어 오염되면서 물고기들이 살지 못하고 연어 회귀율도 이같이 해마다 떨어져 연어부화·방류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까지 맞았던 것이다.
어릴때 모천을 떠난 오십천 연어는 일본 홋카이도 연안을 거쳐 북태평양 알래스카까지 이동했다가 성어(몸길이 75∼90cm)가 되어 다시 돌아와 산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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