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다시 메가폰 잡는다 이두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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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0년대 초반 세계영화제에 한국영화의 존재를 알린 두 주역 정진우감독(55)과 이두용감독(51).
두 중진감독이 오랜만에 건재를 과시하는 메가폰을 잡는다.
정감독은 오는 가을『뻐꾸기를 누가 버렸나』를, 이감독 역시 가을께『월광무』연출에 각각 들어간다.
비디오세대의 젊은 감독과달리 두사람은 중진답게 한국의 토속미가 물씬풍기는 영화를 신작으로 택했다.
두 작품 모두 영화진흥공사의 92넌도 사전제작지원(3천만원어치 실물지원)영화로 뽑힌것도 이채롭다.
정감독은 84년 『자여목』이후 8년만에 메가폰을 잡는다.
그는 그동안 영화인협회이사장,복합극장 시네하우스 창립·운영등으로 영화연출은 손을 떼다시피 했었다.
이번에 다시 연출에 나선것은『우선 감독이란사람이 영화를 안만든게 창피했고, 그보다는 70년대말부터 줄곧 영화주제로 삼았던 한국의 자연과 한국인의 대비라는 영상세계를 더 늦기전에 완성해야되지 않나라는 조바심이 나서』다.
그의 말대로 정감독은 한국최초의 본격 동시녹음영화『심봤다』(79년)를 시작으로『뻐꾸기도 밤에 우는가』(80년),『앵무새 몸으로 울었다』(81년), 백구야 훨훨 날지마라』(82년)등 일련의 인간과 자연이 빚어내는 욕정의 드라마를 줄기차게 연출해 절정의 역량을 보여줬었다.
특히 그의 대표작『자녀목』은 제1회 동경영화제에서「세계영화 베스트30」에 뽑히기도 했다.
신작『뻐꾸기를 누가 버렸나』는숲속에 사는 늙은 목수와 그의 젊은 아내, 그리고 목수의 도제 세사람이 벌이는 사랑과 갈등의 이야기다. 「뻐꾸기」로 상징되는 건강한 원시성이 인간의 욕정과 문명의 자연파괴로 파국을 맞는, 말하자면『심봤다』이래 그의 영화주제를 완결해보는 문명비판의 영화다.
정감독은『이 작품이후에는 자연과인간이 교합하는 진정한 향토영화를 역시 시리즈형태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두용감독의 『월광무』는 90년 『청송으로 가는길』이후 2년만의 작업이다.
그는 그동안 이번『월팡무』와 함께 중국연변을 무대로 한국인 정서의 원형을 찾아보려는『연변별곡』을준비해 왔는데『월광무』에 먼저 카메라를 대게 된다.
구한말을 시대배경으로 유탕 연희집단 남사당의 애환을담을 이 영화에서 이감독은 한국의 정서를 동적인 면에서그릴 예정이다.
과거 액션영화로 일가를 이룬 이감독이고『피막』 『물레야물레야』등에서 한국여인의 한을 영상화하는데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만큼『월광무』에서는 액션과 한이 어우러진「재미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감독은 80년『피막』으로 베니스영화제출품 감독 6명에게 주는 ISDA상을 수상,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평가받는 공을 남겼다.
이번 두 감독의 합류로 한국영화가 터욱 풍성해질 것으로 영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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