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설친 열대야/찜통더위 6일째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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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원·강가·교외는 밤까지“북적”/물사용 급증… 장마속 식수난도
마른 장마속 찜통더위가 6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마다 한밤중 열대야 대탈출 행렬이 교외로 빠지는 길목을 메우고 전력사용 폭증으로 인한 과부하 현상으로 누전화재까지 일어나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또 수도물 사용량 급증으로 장마속의 때아닌 식수난을 겪고 있다.
에어컨 사용이 금지된 관공서는 일손을 거의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원인들의 접촉이 잦지 않은 부서에서는 아예 윗옷을 벗은 러닝셔츠 차림이거나 얼음상자에 채워둔 물수건으로 온몸을 씻어가며 근무하는 모습도 보였다.
23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36.2도까지 올라가 전국에서 가장 무더웠던 대구에서는 도심의 경우 복사열로 인해 비공식 측정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아 택시들조차 운행을 중단,나무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는 등 도시 전체가 폭염 열병을 앓았다.
시민들은 특히 한밤중까지도 3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를 견디지 못해 도심에서 30분∼1시간 거리인 신천 강변공원·팔공산 또는 두류·앞산공원 등으로 탈출,20여만명이 몰려드는 소동을 벌였고 연결도로마다 때아닌 교통체증현상이 일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여의도시민공원 등 한강가에는 열대야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새벽녘까지 붐볐다.
또 23일 오후 10시쯤 전주시 금암동 남도주유소옆 전선주 인입선 20여m가 과열로 불이 나 인근 50여가구에 여섯시간여동안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날 오후 3시 전국 최대 전력사용량은 2천만1백9㎾를 기록,한전이 생긴이래 사상 처음으로 2천만㎾ 돌파기록을 세웠다. 이날 서울시내 수도물 사용량은 5백24만t으로 올해 최고기록인 7일의 5백30만t엔 못미쳤으나 이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휴가를 떠난 때문으로 보인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찜통더위는 당분간 더 계속되다 27일 전국에 걸쳐 비가 오면서 한풀 꺾이겠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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