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계속 조작 기도/서울검찰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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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범행은 사실… 피해자만 허위작성”/경관 3명 가담사실도 은폐
경찰이 시장에 구경나온 중학생 2명을 소매치기로 몰아 구속시킨 사건(중앙일보 21,22일자 보도)을 조사하면서 또다시 진상을 왜곡·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2일 『도범계소속 이재창순경(29)이 지난달 13일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강모(13)·이모(14)군 등 중학생 2명을 붙잡아 조사하면서 자신의 부인을 소매치기 피해자라고 조작,피해조서를 꾸민뒤 이군 등을 구속시킨 사실이 확인돼 이 순경을 공문서위조 및 행사혐의로 구속하고 이 순경과 함께 현장근무를 한 정용화순경(34)과 지휘자 등 3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당초 이 순경 등이 피해자조작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실무근)이라며 발뺌했으나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서둘러 자체진상조사를 한뒤 자신의 아내를 피해자로 내세운 이 순경만을 구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세옥 서울경찰청 형사부장은 『이 순경 등 경찰관 2명이 강군 등을 3시간이상 쫓아다니며 소매치기를 하는 현장들을 목격했으나 피해자들이 소매치기 당한 액수가 적다며 진술조서를 써주지 않는 바람에 이 순경이 소매치기를 잡겠다는 심정에서 자신의 부인을 피해자로 조작한 가짜 진술조서를 꾸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순경 등이 강군 등을 연행,소매치기 사실을 자백하라면서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게 한뒤 허벅지를 밟는 등 폭행했다는 강군 등의 주장 ▲이 순경 외에도 도범계 소속 경찰관 3명이 강군 등의 허위진술조서를 작성하는데 가담한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조사조차 하지 않아 사실 은폐시도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은 또 강군 등이 소매치기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8천원은 강군 어미니가 준 것이며 강군 등이 『형사들이 네차례에 걸쳐 소매치기를 한 것으로 돼있는 조서를 가져와 인정만 하면 바로 풀어준다고 해 지장을 찍었을뿐 소매치기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이같은 사실을 무시한채 강군 등을 전문소매치기인 것으로 발표했다.
사건당일 강군 등이 시장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가 넘어서였고 검거된 시간이 오후 6시10분이어서 「3시간이 넘도록 추적을 했다」는 경찰의 주장대로라면 형사들은 강군 등이 시장에 들어서자마 곧바로 이들이 소매치기라는 사실을 알고 계속 쫓아다닌 것이 된다.
경찰이 이러한 강·이군의 절도범행을 사실로 고집,발표한 이유는 ▲완전히 범죄를 조작했다고 할 경우 엄청난 비난을 받을게 뻔한데다 ▲함께 조서를 꾸민 다른 경찰관 3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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