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기획전|현대백화점 미술관 기획시리즈|"구상미술 돌파구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현실」과 「상상」의 접목으로 이뤄지는 초현실주의적 기법의 구상작품을 통해 우리미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보는 기획전이 열려 주목된다.
21일부터 8월6일까지 현대백화점 미술관과 8월3일까지 덕원미술관에서 함께 열리고 있는 「구상미술의 오늘, 꿈과 현실의 대결」전.
현대백화점 미술관이 기획한 이 전시회는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보이거나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화가 50명과 조각가 13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전시회는 현대백화점 미술관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장기기획전으로 마련한 「구상회화의 재조명」 시리즈의 두번째 기획전으로 지난 5월에는 풍경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보는 「자연, 그 새로운 해석」전이 열렸었다.
현대백화점 미술관은 이 전시회에 이어 ▲제3부 「풍자화, 그 해석과 비판의 소리」 ▲제4부 「인물화, 삶의 표정」 ▲제5부 「실내정경, 그 친화적 세계에의 접근」 등의 순으로 구상미술의 세계를 부문별로 조명해 나갈 예정이다.
이 미술관은 기획취지문에서 『구상미술이 그동안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이름아래 전개되어 왔던 추상과 실험적 미술경향에 가려 그 가치 및 의미가 상실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이 기획전은 구상미술을 통해 극도로 혼란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미술계의 현실에서 갈피를 잡아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 기획전 가운데 이번의 초현실주의적 구상미술은 그동안 우리 미술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던 「상상력의 빈곤현상」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초현실주의적 미술작품들은 평범한 일상적 사물과 상황의 가시적 세계에만 매달리지 않고 인간의 꿈과 욕망,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비현실 등 서로 모순되고 대립되는 세계를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변용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이때문에 초현실주의적 미술은 일상적 시각체험을 벗어나지 못한 진부한 사실주의적 구상미술이나, 난해한 관념으로 무장된 추상미술, 지나친 사회의식으로 경직된 민중미술 등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나타나듯 출품작가들은 비록 이미 지나간 미술양식인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들의 관심은 현실과 역사 의식적 문제를 반영함으로써 최근의 현대미술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형상으로의 복귀」나 「과거 미술양식에의 차용·절충」 등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참여작가들은 이중영상이라든가 변형·왜곡, 이미지의 병치, 눈속임기법 등 초현실주의의 대표적 기법들을 차용, 다양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이미지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이중영상기법은 강경규·신제남·정광화씨 등의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상황이나 사물을 비교 혹은 대립시킴으로써 극적 효과를 연출하는 이미지 병치기법은 이재호·이종두·이석주·김와곤·박진모씨 등이 사용했다.
김춘미·우창훈·김영환·김선희씨 등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무의식·욕망 등의 환상적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으며, 실물인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눈속임기법(트롱플뢰유)은 정규석·고영훈·이호철씨 등의 작품에 이용되고 있다.
인간형상을 주로 소재로 삼은 조각작품들은 구체적인 재현보다 변형이나 왜곡기법이 쓰였다.
김광우·유인·임형준·이일호씨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