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나친 투자 달갑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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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프리카 경제.통상 지도자들이 매년 수억 달러를 이 지역에 투자하며 자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중국에 고맙다는 말 대신 강한 경계의 눈초리를 나타냈다.

1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막된 아프리카 개발은행 연례총회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의 장관급 인사들이 급증하는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가 달갑지 않으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자칫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될 수 있으며 환경 문제가 악화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아프리카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혀 양측 간에 자칫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중국 경계 목소리 커져=총회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케냐의 아모스 키뮤냐 재무장관은 "국제전략적으로 볼 때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부상해 자원 수요가 많이 증가하는 것은 앞으로 아프리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중국을 선두로 아시아 각국이 몰려드는 바람에 아프리카가 자칫 이들의 세력 각축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봉의 폴 통위 외교통상장관은 "(중국으로부터) 투자가 늘어나도 그만큼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빚만 많아지는 것"이라며 "전략적 판단 없이 투자를 무조건 받아들여 정부가 부채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통위 장관은 "환경.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없이 무분별하게 투자를 받아 자원을 마구 개발하다가는 훗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고위 관리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 뒤 값싼 가짜 상품이 판을 쳐 아프리카의 전통 산업이 몰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중국은 오히려 투자 늘리기로=총회에 참석한 중국국가개발은행 가오젠르(高堅日) 부행장은 "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아프리카 발전기금 조성 법안이 이미 정부의 비준을 받았다"고 밝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아프리카 포럼에서 제안해 조성된 이 기금은 앞으로 아프리카의 농업과 제조업.에너지.교통.통신.도시 인프라 건설에 집중 투자된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도 "앞으로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며 아프리카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 민영기업의 아프리카 투자를 독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각 금융기관이 중국에 연락사무소나 지점을 설치하도록 돕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이와 별도로 아프리카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개발자금 조달을 위해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가 1964년 설립한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85년 가입, 지금까지 8개 국가의 14개 프로젝트에 3억14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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