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부정인가 단순실수인가/노원을 당락 번복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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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임후보쪽 98표 김후보표로 계산/통계부 넘겨진뒤 잘못 집계 추정
제14대 총선 서울 노원을 선거구 재검표결과 당선자가 번복된 사태를 놓고 당초 개표과정에 「고의부정」이 있었다는 야권의 주장과 「단순실수」라는 여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정가의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재검표과정과 개표과정 점검을 통해 양측 주장을 짚어본다.
◇재검표=서울 노원을 선거구 재검표는 4개조(1개조 8명)로 편성된 각 검표조조장(판사)이 ▲후보별로 1백매단위로 묶여있는 유효투표지다발과 ▲다발마다 후보의 성명과 소속정당이 기재된 유효투표집계전을 확인하면서 이를 검표종사관에게 배당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제1조에 배당된 상계5동 제2투표구는 선관위집계표상 김용채후보가 7백66표(1백표묶음 7다발과 낱표 1다발)로,임채정후보가 5백81표(1백표묶음 5다발과 낱표 1다발)로 계산돼야 함에도 집계전과 투표지다발을 확인한 결과 양측후보가 모두 1백표 6다발 및 낱표 1다발 등 7다발씩으로 나타나 첫이상이 발견됐다.
집계전만으로는 상계5동 2투표구의 경우 김후보가 6백66표(마이너스 1백표),임후보가 6백81표(플러스 1백표)로 계산된 당초 집계보다 2백표가 역전된 셈.
1조 조장으로 재검표에 참가한 송흥섭판사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수차에 걸쳐 투표지다발과 집계전을 확인,선관위 집계의 이상을 확인했으나 소위 「샌드위치표다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계전과 다발수가 달라 문제가 된 투표지다발의 혼표와 무효표를 골라내기 위한 검표에서도 서울지법 북부지원 등기과 안재현씨에 의해 임후보지지표 1백매다발에 김후보표 2매가 섞여있는 또다른 이상이 발견됐다.
안씨는 『넘겨받은 임후보표 세다발중 마지막 1백표다발을 세던중 다발의 절반을 갓넘은 중간쯤 김후보표 1매를 발견했으며 다시 20매가량을 더세어 나가다 날인이 경계에 물려있는 1매를 발견해 이를 보고,2표 모두 김후보표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의 투표지다발은 『임후보표 98매에 김후보표 2매를 덧씌운 샌드위치표부정이 저질러진뒤 임후보의 표로 작성된 집계전을 또다시 무시한채 샌드위치표를 근거로 김후보에게 임후보의 1백표를 넘겨준 2단계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민주당 주장의 근거가 됐다.
◇개표=3월24일 투표완료후 선관위원 및 선관위 직원 11명과 후보별 2개조 8명씩으로 구성된 참관인단이 조별교대로 개표장을 순회하며 참관,6명의 후보가 입후보한 노원을의 경우 모두 48명의 참관인이 참관했다.
투표함이 개함점점부에 넘겨지면 봉함이상여부와 무효표를 가려낸뒤 심사부에 넘겨지며 심사부는 유효표를 후보별로 1백매 단위로 집계하면서 집계전을 작성한 뒤 검산부에 넘겨 유효투표집계전과 내용물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해 통계부에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선관위는 서울 노원을의 혼표는 1백여명의 공무원이 동원돼 12만4천3백표에 달하는 유효투표지를 구분하는 심사과정에서 임후보표다발에 잘못섞인 김후보표가 검산과정에서 발견돼지 않은채 임후보표로 집계전이 작성돼 통계부로 넘겨진뒤 실수로 김후보의 표로 잘못 계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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