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원칙엔 동감/김영삼­정주영회담과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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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견속 속마음 확인한 탐색전/민주선 “내부적 합의있다” 의심
김영삼민자·정주영국민당대표가 21일 회담에서 8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의견접근을 봄에 따라 회기 30일의 개원임시국회는 끝내 부분정상화도 이루지 못한채 문을 닫게 됐다.
두 대표가 민주당에 이번 주말까지 시한부 3당대표회담을 제의하긴 했지만 김대중민주당대표가 22일 즉각 거부해 여야는 경색정국을 풀기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 대표가 이날 3당대표회담을 제안한 것은 민주·국민당간 야권공조가 깨지는데 대한 부담을 덜기위한 명분축적용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민주당에 국회정상화를 재촉구하는 모양새를 갖춰주면서 등원압박을 가중시키자는 것이다.
김 대표도 정 대표를 다독거려 끌고가기 위해서는 국민당의 입장을 살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또 노원을선거 당락번복과 같은 악재가 돌출한 마당에 당장 민주당을 빼놓고 국회를 여는 것은 모양이 사납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따라서 시간을 벌면서 민주당에 선택을 강요하는 수단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27일의 김·정 2차대표회담에서 당장 민자·국민당만의 임시국회로 직행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는 김대중대표의 동참을 어느 정도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민주당이 불응해 2당만으로 구태여 절름발이 임시국회를 여는 것은 꼴사납기 마찬가지다.
게다가 정주영대표의 예측불허한 「변덕」도 적지않은 변수다.
실제로 김용태민자·김정남국민총무간에는 24일께 본회의를 속개하고 상임위도 열되 법안은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표회담에서 정 대표가 느닷없이 『자치단체장선거를 연내 실시하지 않으면 등원안한다』고 막후합의사항을 뒤집어 버렸다는 것이다.
○…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은 3당대표회담 등 정국정상화방안과 중소기업 부도사태 등 경제난부분,정 대표가 섭섭하게 느껴온 사항을 열거하며 해명을 요구한 부분 등 세가지 주제로 나뉘어진다.
정 대표는 특히 3당체제 존중과 「공작정치」주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상선 탈세사건과 관련,정 대표의 두 특보를 구속시킨데 대해 정 대표가 『이래놓고 어떻게 정치를 하라는 거냐』고 항의하자 김 대표는 『내가 관여한게 아니다』고 답변했다. 정 대표는 『김 대표가 결국 잘못을 시인했다』고 주장했으나 김 대표측은 『잘 처리되도록 해보겠다』는 희망적 언질만 줬을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대선후보구도문제와 관련,두 대표는 서로 의중을 탐색했으며 무소속 양정규·최돈웅의원을 민자당에 입당시킨데 대해 정 대표가 『국민당 와해공작』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치단체장선거에 대해 김 대표가 민자당의 여론조사결과를 내놓으며 『여론도 연내에 안하는 쪽』이라고 하자 정 대표는 「여론조작」이라고 맞받아친 뒤 『최근 경제5단체 성명도 안기부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정 대표가 『중소기업 부도사태 등을 막기위해 초당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자 김 대표도 동감을 표시했으나 논의방법에서 원외(정 대표) 상임위(김 대표) 주장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회담내용을 종합해보면 상당부분 이견이 있었으며 두당 모두 만족스런 결과는 얻지 못한 것 같다.
다만 8월 임시국회 개최 등 정국정상화에 의견을 같이한 부분이 수확일 수 있으며 서로의 의중을 짚어보는 기회를 가졌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 대표가 섭섭했던 얘기를 모두 털어놓고 김 대표는 주로 듣는 편이었으며 웃음소리가 여러차례 밖으로 들릴 정도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민자·국민 대표회담 결과가 겉으론 시원치 않은 것으로 발표됐으나 내부적으론 『상당한 「합의」가 있는 것』(김대중대표)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두 사람은 이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단정하고 『이번 국회에 해치울 것(상임위원장 선출)을 8월 국회를 다시 열어 해치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두 사람 사이에 묵계가 있었으나 노원을 당선 번복사태로 김대중대표와 대화하는 제스처를 더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7일 재회동때까지 『합의를 유예한 것』(이철총무)으로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3당대표회담 제의는 『김대중대표를 끌어들여 코너로 몰고가려는 의도』(허경만국회부의장)라고 보고 자치단체장선거에 대한 김영삼대표의 입장변화가 없는한 3당 대표모임을 차버리기로 했다.
김대중대표는 『민자·국민당간의 새로운 밀월시대가 열렸고 정 대표는 야당입장을 청산했다』고 지적하고 「자기길」을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것은 국회복귀쪽이 아닌 장외에서 단체장문제에 대한 대국민 직접설득이다. 그러나 그는 ▲정주영대표와 함께 3당구도를 갖고 가는데 회의적인데다가 ▲무작정 대화를 외면한다는 여론공세를 의식,김영삼대표와의 2자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김영삼대표가 법준수(단체장선거 연내실시)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아놓고는 있다.
그러나 김대중대표는 겉으로 드러난 입장과는 달리 양김 주도의 정국복원을 위해 양김회동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박보균·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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