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문화 이래서야/물·수건 많이 쓰고 마구버려(자,이제는…:2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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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7일 오후 서울 강남 S동의 한 대중목욕탕. 날씨 때문인지 욕탕안은 그다지 붐비지 않았으나 벽에 붙은 4개의 샤워시설중 3개에선 끝없이 물이 쏟아져 나왔다.
샤워를 끝내거나 샤워중 잠시 딴일을 보러간 사람들이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탓이다.
욕조옆 좌식 샤워시설도 8개중 3개가 사용중. 이 3개의 물꼭지도 쉴새없이 물을 토해냈다. 때를 밀고,비누칠을 하고,머리를 감으면서 잠시도 물을 잠그는 법이 없다.
욕탕바닥에는 1회용 칫솔의 비닐포장이 널려있고 쓰고난 칫솔·수건 등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다.
같은날 서울 구의동 R대중사우나의 대형 알루미늄수건 수거함에는 손님들이 쓰고난 흰색·붉은색 타월이 작은 산더미만큼 쌓여있었다.
종업원 김기배씨(49)는 하루 3백명 정도의 손님이 대략 1천2백장의 수건을 쓴다고 얘기한다. 한사람이 평균 4장씩을 사용하고 있는 셈.
『장당 25원씩을 지불하며 인근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지만 양이 워낙 많다보니 냄새가 나거나 때가 덜가신 수건이 자주 눈에 띄죠.』
목욕문화가 발달된 이웃 일본의 센토(전당·공중목욕탕)에서도 손님들에게 작은 비누칠용 수건 한장과 몸닦는 수건 한장 밖에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무질서·과소비는 목욕탕에서도 정말 너무 심한 셈이다.<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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