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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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창순 전경련회장이『총선 때처럼 12월 대선 에서도 정치자금을 거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9일 밝혔다.
객관적으로 당연한 일이나 검은 정치자금 관행의 관련당사자의 하나인 경제계가 대표격 인사를 통해 지금 시기에 분명한 태도를 표명해줘서 매우 뜻깊게 받아들여지며 끝까지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특혜와 정치생명을 둘러싼 경제계와 정계의 유착, 거기다가 값싸게 주권을 팔려는 상당수 국민들의 낮은 의식이 삼위일체가 되어 정치자금수수관행이 일반화되었고 그것 때문에 돈 선거·돈 정치·정경유착이라는 뼈아픈 악폐를 경험해오고 있다.
지금 같은 저질적 정치문화가 잉태, 만연된 것도 따지고 보면 검은 정치자금에서 출발한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온통 들끓고 있는 정보 사 땅 사기사건 그리고 정부의 몇몇 대형사업추진과 관련해서도 그 실상이전에 정치자금 설, 의혹 설이 난무하는 혼란스럽고 착잡한 현실을 생각하면 잘못된 정치자금 관행은 이쯤에서 근절되어야 한다.
불특정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치노선을 홍보함으로써 순수한 헌금을 한푼 두 푼 모아 정치자금을 규모 있게 모금하고 또 이것이 귀중한 한 표 한 표로 연결되고 있는 미국등 선진국들의 문화야말로 우리들에게 소중한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경제계에서 이 같은 결의를 보인 만큼 이제는 정치인들이 검은 돈으로 정치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며 국민들은 내 한 표를 불순한 동기의 돈 몇 푼에 팔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다짐할 차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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