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불교는「공인 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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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의 모든 부문은 서로를 견제하는 소위「천적」이란게 있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천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유일한 부문이 바로 종교다. 그나마 있는 종교관련법이 수시로 바뀌고 종교담당 행정부서가 종교단체에 끌려 다니는 인상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정교분리를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미군정이후 줄곧 공인 교정책에 더 가까웠다. 미군정과 제1공화국은 기독교, 그 중에서도 장로교·감리교·성결교로 대표되는 개신교를 공인 교로 간주했다. 천주교도 전쟁구호물자의 주요 통로였기 때문에 미군정과 제 1공화국초기까지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미군정 당시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인구는 남한전체인구의 2∼3%에 불과했는데도 미군정은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했고, 제1공화국은 이를 그대로 계승했다.
이승만대통령은 6·25전쟁 중 군종 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군종 장교는 개신교 목사와 천주교 신부만이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군종 창설 당시 5%정도이던 국군의 기독교인 비율인 1956년에는15%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특정종교의 성직자들이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으며 합법적으로 선교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국군의 월남파병을 전후해 비로소 군 종에 불교, 그 중에서도 조계종이 참여할 수 있게됐다. 그리고 드디어 1975년에는 석가탄생일인 음력사월초파일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아마도 종교의 형평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상황과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는 천주교와 개신교, 그리고 불교를 공인 교로 대우해주는 종교정책을 수행해왔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공인교정책을 수행하고있기 때문에 교세가 큰 종교가 무한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중·고등학교가 무시험입학제도를 채택한 이후 학생들은 제비를 뽑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정되는 학교에 입학한다.
예수와 석가를 알고 싶지 않은 학생, 또는 예수만 알고 석가는 알고 싶지 않은 학생, 또는 석가만 알고 예수는 알고 싶지 않은 학생도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종교를 강제로 배워야만 한다.
어떤 회사나 대학은 특정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직원으로 뽑는다.
그리고 목사는 세속의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아니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육군 일등병도 수천 원의 월급 중에서 일부를 세금으로 낸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세 이슬람이 교세를 확장해 나가면서「칼이냐, 코란이냐」라는 정책을 수행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 말은 서구인들이 지어낸 말이다. 그 당시 이슬람지역에서도 유대교인이나 기독교인들은 인두세만 내면 자신들의 신앙을 지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기독교인이나 불교인만이 혜택을 누리는 사회다.
아무 종교도 가지지 않은 사람, 그리고 기독교와 불교이외의 종교를 가진 사람은 손해를 보는 사회다.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종교의 박해가 횡행하는 사회라는 말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종교관련 법을 제정하고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 정책 부서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중의 하나일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공인교정책이 그야말로 문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한교육전반을 재검토하는 일이 시급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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