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공장견학 요구해 고심/김달현 서울나들이 성사·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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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창구역할한 대우 5개공장 시찰/보안유지 어려워 공식방문 결정
북한 김달현정무원부총리의 이번 서울방문은 정부가 「핵문제의 선결」을 전제로,일체의 「현안협의」나 「상담」도 없는 방문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장기간 남북관계 교착상태에서 새로운 접촉이라는데서 그간의 방문성사 경위와 이곳에서의 일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김 부총리의 방문을 맞게될 기업들도 이 기회에 대북진출의 확실한 실마리를 잡아보자는데서 저마다 사전채비에 분주하다.
★…김 부총리가 당시 평양을 방문한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에게 서울을 방문해 남한의 경제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표명한 것은 지난 1월.
김 부총리로부터 이같은 뜻을 전달받은 김 회장은 귀국 즉시 관계당국에 이같은 북측의 의사를 전달했으며 당국은 남북합의서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를 시작.
관계당국은 특히 김 부총리가 북한내에서 개방과 개혁을 원하는 몇안되는 인사인데다 비교적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감각도 구비하고 있는 점을 감안,그의 서울 방문이 남북간 실질적인 경제교류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북측의 진의파악에 착수.
이에 따라 당국은 지난 6월 우리측 북경주재원들을 통해 북측 북경주재원들과 수차례에 걸친 접촉을 갖고 그의 서울방문 희망의사를 확인한뒤 「카운터 파트」인 우리측 최각규부총리가 김 부총리를 공식초청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의견을 종합.
남북한은 이같은 북경접촉을 토대로 지난 3,10일 판문점에서 남북연락사무소 연락관 접촉을 두차례 갖고 김 부총리의 서울 방문일정과 수행원 등 기타 실무문제에 대한 최종합의에 도달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북측은 당초 「비공개리에 개인자격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비공식 방문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측이 실질적으로 비밀유지가 어렵다는 점과 남북합의서도 채택된만큼 모든 관계는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북측의 동의를 얻었다고.
★…북한 김달현부총리는 공식적인 서울방문 기간중 19일부터 25일까지 6박7일이나 북한측의 요청과 신변안전·보안문제 등으로 일자별·시간별 일정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있다.
현재까지 남북간에 협의된 일정에 따르면 김 부총리 일행은 서울에서 3박,경주에서 2박,부산에서 1박 한다는 일정을 잡고있으며 그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은 서로 협의해 결정키로 했다는 것.
현재까지 확인된 일정은 19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와 남측으로 넘어온뒤 오전 11시50분쯤 숙소인 힐튼호텔에 도착하며 저녁에는 최각규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어 김 부총리 일행은 20일 최 부총리를 집무실로 예방한뒤 산업시설 시찰에 들어가며 24일에는 최 부총리가 북한측의 숙소로 답방을 하고 귀환일인 25일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방문 1주일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 4시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정도.
그러나 김 부총리 등 일행은 이번 방문목적에 맞추어 19일부터 3일간은 최 부총리 등 정부관계자들과 만나 상호 경제정책과 경제운용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주로 경인지역의 산업시설·무역회관·남대문시장·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을 돌아보며 기업 경영실태와 유통구조 등 실물경제 현황을 직접 파악한다는 것.
이어 경주에서 이틀,부산에서 하루 머물면서 포항·울산·옥포 등지의 중·경공업 시설과 관광지 등을 돌아보며 이같은 일정 틈틈이 경제5단체장과 대우·유공 등 국내 유수업체 총수들과 만찬을 하며 삼성·포철·화승 등 업체방문 때에는 오찬을 가질 예정.
김 부총리는 이같은 일정을 마친뒤 24일 오전 청와대를 예방,노태우대통령에게 서울방문에 대한 인사를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일성주석의 친서가 전달될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에 또 다른 전기가 될듯.
★…이번 김 부총리의 산업시찰에는 워낙 많은 기업들의 공장견학 요구가 몰려 관계당국이 일정조절에 고심.
이 가운데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에 창구역할을 한 대우측은 산업시찰 대상에 5개공장이 포함,그동안의 기여를 고려받은 듯.
그러나 현대측은 북방사업의 스타였던 정주영·이명박씨가 정계로 떠난뒤 대북진출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열기도 식고,이번 김 부총리 방문일정에도 1개 공장 시찰만 끼여있어 대북 경제교류 주도권을 둘러싼 그간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있다.
한편 김 부총리 일행을 맞게될 기업들은 정부의 『일체 상담은 없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브리핑도중 공장현황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북측과의 합작도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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