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간접선전"과다"|MBC드라마『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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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대판극중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롯데월드」가 등장한다. 빼어난 경관의 각종 놀이시설들이 이들의 사랑무대로 바뀌는데 화면에는 큼지막한 롯데월드상호가 자꾸 나타나 보는 이들의 시선을 어지럽힌다. 이들 연인이 나누는 밀어에는 이곳에서 상영중인 영화의 이름까지 끼어 든다.
MBC-TV드라마『질투』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흔한 말로 극중 간접선전이다. 이드라마는 현대 젊은이들의 사랑얘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포장해왔다. 그런데 후반으로 접어들며 극의 완성도와는 무관한 이런「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회분 방송에 롯데월드라는 상호가 꼭 네 번 나왔다. 개중에는 그 상호가 화면에 꽉 찰 정도로「출연」(?)한 경우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자가게와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 상호가 종종 전파를 탄다. 남녀 주인공이 근무하는 광고회사·여행사는 실제 이름으로 대사에 삽입되고 있다. 때문에 극중 현실감은 그만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장면·대사들이 극 전개상 그리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데 있다. 때로는 이들 장소의 풍경묘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제작진은 자신들의 고충을 알아달라며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좋은 작품은 만들고싶은데 넉넉지 못한 제작비가 늘 말썽이라고. 게다가 제작일정은 빡빡한데 예정된 방송시간에 허겁지겁 대느라 밤샘 작업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그래서 협찬대상·장소를 잘만 고르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화면에서 이들을 가끔「대접」해신세도 갚을 수 있다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 TV드라마가 끝난 뒤 한 줄 소개되는「장소 협찬알림」식은 몰라도 화면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선전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간접선전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는 여주인공(최진실 분)의 극중 자가용 교체사건만 봐도 안다.
실제로 K사의 승용차 CF에 출연했던 그녀는 극중에서 D사의 소형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K사의 핀잔을 받고 도중 부랴부랴 자동차를 K사 것으로 바꾸는 촌극도 있었다.
깔끔한 영상·극 내용으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드라마가 간접선전의 구설수에 휘말려 하등 좋을 게 없다. 자동차회사의 반응 못지 않은 시청자들의 짜증 지수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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