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병 고칠 길 없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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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식의 난치병 빈혈로 고통받는 어머니들이 아픔을 쪼개 나누고 있다. 「재생불량 성 빈혈 어머니 회(재불빈회)」는 이 병에 걸린 어린이의 어머니들이 병실에서 만나 알음알음 알게된 인연을 지난 6월초 묶은 모임이다.
『재생불량 성 빈혈은 어려서 발병하고 치료도 힘든 까닭에 많은 엄마들이 지쳐있어요. 서로용기도 북돋워주고 치료정보도 교환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재불빈회 대표 이정희씨(36)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하기 무섭게 2백여 명의 동병상련 어머니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그 어린것들이 살려고 기를 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애들을 위해 우리 몸이 부서져라 뛰어도 모자란다는 것이 엄마들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재생불량 성 빈혈아동은 보통 1주일에 한 번씩 수혈을 받거나 수천만 원이 드는 면역치료, 혹은 1억원이 넘는 골수이식을 받아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어린이는 과다 출혈한 것과 마찬가지로 죽게된다.
어린이환자의 대부분이 이중 값싼 수혈치료(1회 약5만원)를 받고있지만 그나마 피의 공급이 항상 부족한 형편이다. 이들 빈혈어린이들은 대개 3∼4세부터 수혈치료를 받아온 탓에 온몸이 수백 군데의 바늘자국으로 얼룩져있지만 생명에 대한 애착으로 바늘이 들어와도 아픈 척을 하지 않는다고 이씨는 말했다.
『때로는 어린것들이 치료에 지쳐 의사선생님들에게「이 바보야...나 좀 고쳐 줘」하며 왈칵 울어버리기도 합니다.』
어쩌다 치료로 호전된 회원 아이가 나오면 어린이는 물론 엄마들에게 많은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이씨는 말했다. 총무 윤순희씨(35)의 딸 이사라양(9)은 이런 점에서 회원들에게는 「희망의 등대」다.5세 때 재생불량 성 빈혈이 발견된 사라양은 면역치료로 최근 크게 호전돼 정상생활을 하고있다.
현재 어머니회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피다. 군부대나 정부기관 등에서 헌혈증서를 기증해주고 있지만 혈액자체가 항상 부족할 뿐 더러 치료비를 위해 끼니를 거를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운 회원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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