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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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4백19km의 경부고속철도 건설자금이 90년 기준으로 5조8천억 원.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이 천문학적 숫자다.
건국이래 국가 단일사업으로는 최대의 대역사 기공식이 충남 아산에서 치러졌다.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km당 약1억 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그에 비하면 국민소득이 20배 이상 늘어난 시대적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경부고속전철건설은 경부고속도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관심 밖이거나 일부의 비판과 걱정만이 있을 뿐이다.
기공식 현장에서 대통령은 경부선철도와 고속도로의 한계를 설명, 고속철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사업의 필요타당성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대통령공약사업이라서 재임 중 착수해야했던 때문인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적인 공약사업은 이 나라 국민의 동의가 절대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국민이 싫다고 하면 당연히 그만 둘 수도 있어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와 국민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이 사업은 98년까지 1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차종선정과 재원조달방법, 국내차량제작업계의 대응문제도 그렇거니와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혹시 호남권문제가 또다시 제기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이 기회에 앞으로 있을 영종도 신 국제공항건설과 수도권전철공사 등 줄서있는 대규모사업들은 국민에게 되묻고 여론을 잘 살펴야 하겠다. 그래야만 국민은 비판과 걱정보다 오히려 불편과 부담을 감내하면서 적극 성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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