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과학실력"바닥 권"|"교육시간 짧고 입시위주 수업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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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 국민학생의 과학학력은 국제비교에서 매우 우수한 편이며 중학생도 그런 대로 괜찮지만 고등학생의 과학학력은 매우 낮으며, 특히 수학에 비해 물리·화학·섕물 등 과학교육이 매우 낮은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과학교육의 재검토가 요망되고 있다.
최근 고려대에서 열린 과학기술단체 총 연합회 주최의 국내의 한국과학기술자 하계심포지엄에서 국립교육평가원 김찬종 교수(과학교육학)가 발표한「국제과학학력평가와 한국 초·중등학교학생의 과학학력」에 따르면 각종 과학교육 성취도국제비교에서 우리나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취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총 과학교육시간도 조사대상 국 가운데서 가장 짧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제교육성취도평가학회(IEA·네덜란드소재)가 81∼86년에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제2차 과학교육성취도평가연구(SISS)를 실시한 자료를 수집한 결과 밝혀졌다.
이 연구는 10세(국5),14세(중3), 중등학교 최종학년(고3)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참가국은 24개국이며 우리나라는 5백46개교에서1만6천4백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10세 그룹에서 일본(66.4),핀란드(66.0),한국(65.7)이 가장 우수한 집단에 속했으며 스웨덴·헝가리·캐나다가 그 다음 순이었고 필리핀·이스라엘·나이지리아가 가장 성취도가 낮았다.
14세 그룹에서는 헝가리(70.7), 일본(66.8), 네덜란드(63.7)가 가장 우수했고 캐나다(61.6), 한국(61.0), 핀란드(60.3)가 그 다음이었으며 나이지리아와 필리핀이 역사 가장 낮았다.
고3그룹에서는 생물의 경우싱 가포르(70.9), 홍콩(70.8)이 가장 높았고 한국은 44.5(전체평균 57.1)로 18개국 중 17위였으며 화학분야에서는 홍콩·영국·싱가포르 순으로 높았고 한국은 33.9(전체평균 52.4)로 역시 18개국 중 17위였다.
또 물리는 홍콩·영국·헝가리·일본 순이었으며 한국은 43.3(전체평균 52.6)으로 15위였고 지구과학은 헝가리·일본·한국·핀란드 등 4개국만의 비교에서 평균이 60점인데 한국은 58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또 제2차 국제 수학교육성취도검사(고3대상)에서 우리나라는 61.5점으로 일본(70.5)보다는 낮으나 미국(45.0), 캐나다(37.8)보다는 높게 나와있는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고3생이 수학에서는 평균이상의 성취를 보이지만 과학에서는 형편없는 것은 한국학생들의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일선 과학교사들이『고교에서 과학은 국·영·수의 들러리에 불과한 기타 과목』이라고 하는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실시한 수학·과학부문의 학력평가국제비교연구(IAEP)를 보자.
이 조사는 91년에 시행한 것으로 9세·13세의 두 집단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9세 그룹에서 한국은 67.9점으로 14개 참여 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13세 그룹에서도 한국은 77.5점으로19개 참여 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김 교수는『이는 저학년에서는 한국학생의 과학학력이 높다는 것을 재확인해 준 것이며 특히 우리 학생들에게 친숙한4지선다형의 문항형식이 사용된 것이 높은 점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의 주당 과학시간수가 우리는 2.4시간(90∼91년)으로 러시아(6.5), 대만(3.9), 미 국(3.9), 헝가리(3.5)등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도 큰 문제인데 김 교수는『학교에서 과학교육의 중요성이 재인식돼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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