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모방」은 저작권 침해"|중진들 나서 입장 정리 필요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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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단 안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표절시비가 한편으로는 저작권문제로까지 비화돼가고 있다.
한승헌 변호사는 최근 발표한글「포스트모더니즘과 저작권」(『책과 인생』7월호)에서 『남의 글을 드러나지 않게「인용」한 것은 문학상의 무슨 기법이나 핑계로도 허용되지 않는 저작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금년도「작가세계 문학상」수상작인 이인하씨의 장편『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놓고 작가와 평론가 이성욱씨, 영문학자 김욱동씨와 평론가 유중하씨가 본지를 통해 벌인 논쟁「포스트모던기법인가, 명백한 표절인가」(5월15,18,21,28,6월 9일자)를 지켜본 한 변호사는『저작권법(제25조)에도「공표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조문이 따로 있어 인용에는 그에 합당한 요건과 방식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법으로 정한 인용의 합당한 요건과 방식은 ▲공표된 저작물 ▲보도·비평·교육·연구 등 정당한 범위 ▲공정한 관행 ▲인용한 저작물의 출처 명시 등을 충족시켜야한다. 때문에 한 변호사는『아무리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법을 내세운다해도 남의 글을 그 출처도 밝히지 않고 자기 글 속에 옮겨 써먹는 것은 저작권법위반행위에 다름 아니므로 마땅치 삼가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젊은 작가 장정일씨는 최근 발표한 평론「베끼기의 세 가지 층위」(『문학정신』7,8월호)에서 『금년도「오늘의 작가 상」수상작인 박일문씨의 장편「살아남은 자의 슬픔」도 문장과 세계관에 있어 일본인기작가 하루키의 분명한 표절』이라고 주장, 눈길을 끈다.
『혼성모방이 권장되고 강변되는 세계에서 표절된 문장만을 가지고 작가의 윤리를 문제삼는 것은 더 이상 무익할는지 모른다』고 전제한 장씨는『지식인의 고뇌가 소설 내적인 개연성에 의해 설득력 있게 제시된「내가…」의 베끼기는 방법적인 반면 주인공의 세계관 없는 해프닝만 전개되고 있는「살아…」는 하루키의 표절을 확신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요 같은 베끼기(혼성모방)소설도 각기 수준에따라 문제삼아야 된다』는 장씨는 자신의 작품『아담이 눈뜰 때』는 하루키가 아니라 최인호·강석경씨 등의 소설에 영향 받은 작품으로 한국문학전통을 잇고있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표절시비에 대해우리문단의 무게있는 문인들이 나서 그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문학평론가 김사인씨는『표절시비로 인한 문단 전체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해당 문학상 심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옳고, 그름의 태도표명을 분명히 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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