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만 키운 「땅사기」/국민은 명쾌한 진상 알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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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밀실행정에 특혜청탁 뒷거래/부조리 판치는 사회구조 문제
상식으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정보사부지 사기극」으로 열흘간 온 사회가 법석을 떨었다. 이번 사건은 「배후」 여부가 어떻게 결론나든 우리사회의 엄청난 비리와 구멍을 드러냈다.
수사막바지에 있는 검찰은 거액의 사기자금 행방 추적과 수배중인 관련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으나 관련자 6명이 구속된 현재까지는 배후가 개입됐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것 같다.
앞으로 사기자금 행방 추적에서 이 돈이 「배후」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찾지 못하면 단순 사기극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이럴 경우 「6공 최대의 의혹사건」으로 불리며 큰 파문을 던진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은 한 대기업이 사기꾼일당의 치밀한 토지사기극에 농락당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검찰의 설명에는 납득할 수 없는 숱한 의문이 남는다. 정보사부지 매입추진과 관련한 조양상선 박남규회장·제일생명 하영기사장의 석연치 않은 개입부분,금융전문가인 제일생명 윤성식상무가 매입대금 전액인 6백60억원을 선선히 예치 또는 어음으로 건네준 점,정씨 등 사기꾼 일당과 김영호씨의 도피 및 자수과정 등에 나타난 행적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단순사기극 추정을 놓고 많은 국민들은 『너무 성급하게 의도된 방향으로 수사를 몰고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며 야당측도 『검찰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며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단순 사기극 또는 정치적 배후가 있는 사건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나든간에 이같은 류의 사건이 버젓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회풍토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밀실행정·청탁·특혜·뒷거래·공정치 못한 행정에서 오는 불신 등 정치·경제·사회의 잘못된 구조가 문제다.
불합리가 판을 치는 사회,「블랙홀」이 너무 많은 사회임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권이 될만한 사안에 정부가 「쉬쉬」하거나 떳떳지 못하게 처리한 것이 많기 때문에 「권력」을 업은 사기꾼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노라고 호언하는 특정집단이 청탁과 특혜를 내세우며 뒷거래를 통한 사기극을 벌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비리투성이의 이같은 구조속에서 뒷거래에 능한 기업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엄두를 낼 수 있게 된다.
결국 비정상적인 우리사회구조가 사기꾼들이 끼어들 수 있는 틈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으며,이같은 사기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특혜와 비밀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굳게 믿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어떤 사건이 터지면 「고위인사가 배후에 개입했을 것이다」「특혜의 대가로 돈이 건네졌을 것이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의혹은 또다른 의혹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
우리가 다함께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어이없는 사기극」이 횡행하는 사회풍토,의혹과 의심의 대상이 될 만큼 신뢰를 못받는 정부와 권력의 행태인 것이다.
정보사부지 사기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검찰은 국민들의 의혹의 눈초리를 「부담」으로만 느낄 것이 아니라 명쾌한 진상 규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한천수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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