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전지현, 북한 남성들로부터 거부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전지현의 세련된 미모와 늘씬한 S라인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남한에서는 식지않는 인기 속에 CF를 주름잡고 영화에도 출연한 그녀지만 평양에서 온 그들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결국 전지현은 북한 남성들로부터 거부 당하는 굴욕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북한의 IT 기술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남한측의 노력이 붐을 이루고 있던 몇 해 전 일입니다.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가 북한의 시장진출을 모색하고 몇몇 업체들은 IT부문 남북 협력사업을 착착 진행하려 분주했습니다. 당시 내로라는 한 대기업은 북한의 IT분야 기술자들에 대한 교육을 추진했습니다. 조선컴퓨터센터나 평양프로그램센터 등의 북한 전문가들을 중국으로 초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가 기술을 전수해주면 북한의 IT 발전은 물론 향후 남북간 IT부문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란 판단에서 였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둬 마침내 북한의 최고 엘리트들로 구성된 IT 분야 수십 명이 중국 현지의 한국 기업 교육시설을 방문했습니다.
 
교육장에서 최신형의 한국산 컴퓨터를 켠 그들은 잠시 뒤 술렁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아니 이게 뭡네까" "뭐 이런 게 뜨는 거야요"하는 등의 볼멘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교육을 준비하던 남북 관계자들이 놀라 사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바탕화면에 이 업체의 CF를 맡은 전지현의 사진을 깔아놓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별 것 아닌 모습이었지만 북한측 입장에서는 선정적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또 바탕화면에 그녀의 모습이 뜨는 것에 북측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 교육생들은 불만을 표시하며 모두 퇴장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책임자 급인 듯한 북한사람은 남측 인사들에게 "아니 이거 뭐 우릴 완전히 자본주의로 녹여내려고 하는 거야요? 도대체 이게 뭐야요?"라고 따졌습니다. 남측 관계자가 사정을 설명했지만 한번 격양된 북한은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지현의 모습은 다른 화면으로 대체돼어야 했습니다. 퇴장한 교육생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명분을 주는게 필요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전지현은 북한 남성들로부터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것도 단체로 말이죠.
 
하지만 전지현은 무죄인게 분명합니다. 그녀의 '죄아닌 죄'를 꼽으라면 너무 '자본주의적'으로 생겼다는 것이겠죠. 언제쯤 북한의 남성들도 전지현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를 갖게될까요.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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