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엄격 사원엔 후한 씀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안산 시화공단내에 있는 (주)동남 휠타공업 사장 김동식씨(37)는 돈을 버는 과정보다 벌고 난 이후를 더욱 중요시한다.
그렇다고 그가 돈을 버는과정이 손쉬웠다든지 또는 떳떳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내로라 하는 사람들 못지 않게 그 또한 험난한 입지전을 갖고있다.
남의 공장 내 못쓰는 샤워실에 첫 공장을 차려놓고 6개월 간 틀어박혀 국내최초로 특수금속필터를 개발한 사실, 거래선을 찾기 위해 20개월 동안 15만km를 뛰었던 것,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여름땡볕 아래 손수 철제빔을 잘라가며 공장을 직접 지은 경험 등.
오죽했으면 시화공단사람들이 그를 가리켜『발가벗겨 아프리카에 던져놓아도 3일만에 추장이되어 돌아올 사람』이라고 했을까.
어쨌든 그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단돈1백 만원은 현재 1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났고 사업 또한 유망업종이어서 앞으로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3년전 당첨된 30평 짜리 아파트에 지난해 입주한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월급1백50만원 중 1백만원 정도를 유사시에 대비한 저축·보험료로 쓰고 50만원만 집에 가져다 주다보니 1식3찬의 밥상은 여전하다.
「어디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돈 쓰는 데는 중소기업체 사장이 제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흔한 골프니 운전기사니 하는 것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
직원회식도 음식점보다 서울독산동 도축장까지 가서 고기를 사와 집에서 연다.
이처럼 돈에 관한 한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공장과 직원에 대해선 거의 과소비(?)수준이다. 주식의 4O%를 직원에게 배당해주었는가 하면 야간작업도 없고 사원임대아파트·직원연수·구내식당 등 직원복지에 관한 것이라면 무조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 27명중 무주택 자15명에게 보조금까지 주어가며 강제적으로 주택청약예금에 들도록 한 뒤 통장은 자신의 서랍에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럴 거면 뭐 때문에 그 고생을 하며 돈을 벌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쪽이 훨씬 마음 편하고 또 해줄 능력이 있으니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노력 않는 직원에게까지 자기몫을 나눠줄 만큼 대단한 자선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