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레이디는 지루해" 서로 바람피웠던 '무늬만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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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남편의 선거운동을 돕기는커녕 투표조차 하지 않은 배우자가 있다. 6일 프랑스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52)의 부인 세실리아(49)가 주인공이다.

13일 프랑스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뤼89'는 "일요신문 르주르날뒤디망슈(JDD)가 세실리아의 결선투표 불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뤼89는 또 "JDD가 이 사실을 알고 13일자로 보도하려 했으나 사르코지와 호형호제하는 JDD 소유주 때문에 이를 보류했다"고 전했다. 투표 여부에 대해 세실리아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지만 JDD 기자들은 투표소 선거인명부를 찾아 그가 투표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 '무임 승차한 퍼스트 레이디'=사실 프랑스인에게 세실리아는 '무임 승차 퍼스트 레이디'로 통한다. 선거 과정에서 남편을 돕기는커녕 무시하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전체 선거운동 기간을 통틀어 대중 앞에 남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차 투표일인 지난달 22일 하루가 전부였다.

그러다 결선투표가 끝나고 사르코지 측이 당선 축하행사를 열자 그제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장도 아닌 흰색 바지에 회색 니트 차림이었다.

◆ 은밀한 관계 맺다 들키자 각자 이혼하고 결합=세실리아와 사르코지의 불화와 갈등은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난 사실이다. 그만큼 이들의 생활이 튀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부터 독특했다. 카테린 네가 쓴 사르코지 전기에 따르면 1984년 사르코지가 뇌이쉬르센 시장 자격으로 세실리아와 자크 마르탱의 결혼식을 주재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움트기 시작했다. 당시 주례 격인 사르코지와 다른 남자의 신부인 세실리아가 서로 한눈에 반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는 세실리아와 은밀한 관계를 맺어 오다 첫 부인 마리에게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사르코지와 세실리아는 각자 배우자와 결별한 뒤 마침내 결혼했다.

◆ 결혼 뒤 서로 바람피워=세실리아는 재혼 뒤 남편이 총재로 있는 대중운동연합(UMP) 행사를 조직하는 일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세실리아는 이벤트 전문가 리샤르 아티아스를 만나 깊이 사귄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8월 주간지 '파리마치'는 세실리아와 아티아스가 함께 있는 사진을 커버로 장식하기도 했다.

이즈음 사르코지도 일간지 여기자와 사귀면서 두 사람은 결별 위기까지 갔으나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극적으로 관계를 회복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세실리아가 잠적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부부 사이가 다시 악화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세실리아는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퍼스트 레이디에 맞는다고 생각지 않는다. (퍼스트 레이디는) 지루하다. 나는 군복풍 바지에 카우보이 부츠 차림이 좋다. 틀 속에 맞추긴 싫다"며 퍼스트 레이디 역할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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