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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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십니다.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당신이 무슨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지를.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기쁨'이 크다고들 하지만, 선물 상자는 포장할 때보다 리본을 풀 때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법입니다. 갖고 싶었던 것을 받았을 땐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중증 장애아동 1백20여명이 모여 사는 '한사랑마을'(경기도 광주시 초월면.www.hanlove.or.kr)에선 3년 전부터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쪽지에 적어내도록 합니다. 연말에 습관처럼 쥐어지는 '온정' 대신 정말 갖고 싶었던 것을 받는 기쁨을 주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한 아이가 적어낸 '오징어 두 마리'가 선생님들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왜 하필 오징어 두 마리일까. 가뜩이나 음식을 씹는 힘이 부족해 일부러 매일 오징어를 주며 씹는 훈련을 시키는 아이인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본 선생님께 아이는 수줍게 웃었습니다. 매일 혼자 오징어를 먹느라 미안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두 마리를 주면 선생님께 한 마리 드리고 싶었노라고.

이번 주 week&에선 늘 선물을 받기만 하던 이들이 선물을 주는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사장이 직원들에게, 뇌성마비 장애인이 자원봉사자에게 주는 마음의 선물이 한아름입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십니다. 당신에게 선물을 주는 기쁨을. week&도 당신에게 이번 호를 드리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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