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뒤에 안주하는 국방부/김준범 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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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방부는 지금 몇시인가」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에 대해 그동안 국방부가 취해온 일련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새삼스럽게도 이같은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언론에 처음 알려진지 무려 20일이 넘도록 국방부는 김씨에 대한 기본 인적사항마저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국방부가 김씨에 대한 조사결과는 커녕 그의 군경력이나 본적지 등을 설명해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뒤늦게 사진 한장 제공한 것이 전부였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그런걸 왜 묻느냐』 『우리가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하거나 함구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언론이 근거 없는 소문만을 듣고 군 관련 의혹을 더욱 조장·증폭시키고 있다」고 푸념이나 늘어놓는다.
그러고는 내막적으로 정보사땅을 둘러싼 고위층 갈등이나 수근거리며 군부대를 둘러싼 온갖 잡음만 노출시켰다.
정보사 이전계획도,백지화도 내부적으로 비공개리에 처리했다. 군부대를 둘러싸고 사기단이 여러개 들쑤시고 다닌다는 소문은 참으로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일이다.
이런 온갓 일들이 군사 기밀보호법이라는 보호막 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며 군내부의 조그만 일도 군기법 위반이라며 입을 틀어막던 구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의 대군 이미지가 어떤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단순사기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군내부의 일들이 보다 공개되고 국민의 공감을 얻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서 군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은 본말전도다.
모심기에 군대를 동원하고 수재민지원에 군장비가 나선다고 해서 대군 이미지가 개선된다고 생각하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군 스스로 올해엔 군기법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므로 그 내용과 방향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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