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에이즈 대책 없나/자기피 아니면 안심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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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장 35일” 보관기간 짧아 이용기회 적어/일서 가족피 받아 「숙주병」으로 다수 사망
잘못된 수혈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감염자들이 자살극을 벌이고 국가를 상대로 배상신청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수혈 및 헌혈이 큰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당할지 모를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수술·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혈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수혈로 인항 에이즈감염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에이즈공포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자신 또는 친·인척의 피를 혈액원에 맡겼다 급한 사고때 찾아써야겠다는 자구책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료전문가들은 자가수혈이나 친·인척간 수혈도 여러가지 한계성과 위험성을 안고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가수혈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혈액을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통상 21일 또는 35일인데 비해 한번 피를 뽑은 뒤 60일이 지난 뒤에야 다시 채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순수한 자기피를 응급시 찾아쓰기 위해 맡겼더라도 최장보관기간인 35일후부터 재채혈이 가능한 때까지의 기간에 교통사고 등을 당해 수혈을 받아야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또 비교적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친·인척의 피를 받을 경우 에이즈가 아닌 또다른 「복병」이 숨어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보사부와 의료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최근 5년간 가족의 피를 수혈한 사람들 가운데 5백38명이 「이식편대 숙주병」이라는 괴질에 걸려 숨졌거나 앓고 있는 것으로 일본 적십자사의 혈액관리 과정에서 드러났다.
에이즈에 감염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지 않으려고 가족 등 친·인척의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들이 에이즈감염은 피했지만 「면역 메터니즘」상 생기는 이상현상으로 몸안의 림프구가 파괴되는 질환인 「이식편대 숙주병」에 걸려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최근 혈액관리지침의 개정작업에 들어갔고 국민들에게 『가족간의 수혈을 피하라』는 홍보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사부는 수혈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큰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보사부 신동균방역과장은 『국내에서 수혈로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1백만분의 1에도 못미쳐 항공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즉 보건당국의 헌혈된 모든 혈액에 대해 사전검사를 시작한 87년 7월부터 지금까지 헌혈자 5백36만여명의 혈액을 검사했으나 이 가운데 감염자는 6명으로 수혈한 사람이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89만3천3백33분의 1 정도로 미국의 경우(5분의 1)보다 크게 낮다는 설명이다.
보사부는 또 불결한 성접촉 등으로 에이즈감염이 우려되더라도 반드시 항체가 생기지 않는 기간(6∼14주)이 지난뒤 검사를 받도록 당부했다.
한편 89년부터 지금까지 국립보건원 등에서 「에이즈무료익명검사」를 받은 사람은 11만명으로 집계됐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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