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얀마~인도 1726km '항일 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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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쇄됐던 중국~미얀마~인도를 연결하는 도로의 재개통이 60여 년 만에 추진되고 있다고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시작돼 미얀마 북부를 거쳐 인도의 동북부 아삼주(州)를 연결하는 이 도로는 총연장이 1726km에 이른다.

인도 아삼주의 고위 관리는 "그동안 폐쇄된 이 도로를 보수.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4~6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쿤밍으로부터 중국과 미얀마의 국경에 이르는 168km 구간 공사는 중국 측이 맡아 연내에 보수를 마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도로는 제2차 세계대전 한창이던 1942년 12월 미국 조셉 스틸웰 장군의 지휘로 착공돼 45년 초에 개통됐다. 이 때문에 '스틸웰 로드(road)'로 불려 왔다. 중국의 항일 전쟁 시기에 이 도로를 통해 5만여t의 군수 물자가 중국으로 수송돼 '항일 생명선'으로도 불렸으나 전쟁이 끝난 뒤 활용도가 떨어져 최근까지 방치돼 왔다.

항일 전쟁에 군수 물자를 수송했던 군용 도로가 60여 년이 지나 중국~미얀마~인도를 연결하는 3국 교역로로 다시 햇빛을 보게 된 셈이다.

인도와 미얀마 구간의 도로 복구에는 인도의 지방 정부들이 적극적이다. 아삼주를 비롯해 인도 동북부 주(州)들은 98년부터 이 도로 복구에 관심을 보여 왔다. 이듬해 중국.인도.미얀마.방글라데시 등 4개국이 아시아 하이웨이 연결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 도로의 복구를 추진했으나 당시 인도 보수파의 반대와 미얀마 군부의 비협조로 흐지부지됐었다. 그러나 최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아삼주 정부가 도로 복구 의지를 밝히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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