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꾸민책 회갑선물 받은 김종환씨|"사랑하는아빠 그리운당신"|아내·자녀·사위가 쓴 「감사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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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랑하는 남편·아버지의 회갑을 맞아 아내·딸·사위등 온 식구가 서로 감사와 사랑을 보내고 자신들의 삶을 알리는 얘기를 편지형식으로 한데묶어 『오늘, 생각나는 삶』이라는 한권의책으로 최근 펴냈다.
가족간의 훈훈하고 끈끈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나오는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식구들과 14년간 헤어져 「견우 직녀의 삶」을 살아야했던 가장 김종환씨(서울동부이촌동현대아파트12동602호). 지난달 16일 회갑을 맞은 그를 위해 아내 홍례임씨(56)가 아이디어를 내 3명의 딸, 3명의 사위및 예비사위, 외아들이 모두 다투어 글을 내놓았다. 이들이 3개월의 준비기간을거처 내놓은 「서툴지만 진솔한 책」은 당사자들은 물론 이를 받아본 친척들의 눈시울을 적시게했다(비매품으로 2백부 발간).
교사,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직원, 국제해운동경지사장등을 지낸 주인공 김씨는 한창때인 46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며 새삶을 개척하기 위해 78년이후 미국에 정착, 서울에서 자녀교육을 도맡은 아내 및 아이들과는 1년에 한두차례 만나는 「외로운 투쟁」을 해야했다.
현재 LA에서 식품공장·수입상을 하는 그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늘 가장으로서의 자상함과 자애로움을 잊지 않았고 아내·아이들에게 잦은 전화·편지등으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해왔다는 것. 김씨가족들은 『서로 자주 볼수 없는 애틋함이 온식구가 제위치에서 각자 맡은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잘 해낼수 있게한 원동력이 된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흘러간 세월속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쓴 김씨는 『당신이 늙어보이지 않는 이유는 늘 그리움을 안고 살아온 때문인 것 같다』고 아내에대한 사랑을 펴보였는데 이들 부부는 한 중학교에서 각각 영어·국어 교사로 만나 4년간 남모르게 열애하다 결혼에 성공한 얘기도 잔잔하게 회상하고 있다. 회갑을맞아 『인생은 언제나 시작이 되풀이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맹세했으며 잘자라준 자식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보내고 있다.
피아니스트인 장녀 성연씨(29)는 미국 피바디음대·보스턴뉴잉글랜드음악대학원을 거쳐 현재 맨해턴 음대에서 박사코스를, 큰사위 김영주씨(35)는 서울대공대를 나와 역시 미국폴리테크닉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영주씨는 맞선자리에서 처음 장인을 뵌 인상, 그간에 받은 사랑들을 쓰면서 『나중에 내 사위에게 우리 장인어른같은 장인이 되고싶다』고 했다. 둘째딸 현수씨(28)는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동경의 한 회사에 근무중이며 둘째사위 김동환씨(32)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후 동경대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중.
현수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의 나이가 이제 멈추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놓고 있다.
이외에 셋째딸 희수씨(25)와 예비사위 문대철씨(29)도 명문대학을 나와 모두 회사에 근무중이며 막내아들 형준씨는 동국대 독문과 4학년.
이렇듯 각기 흩어져사는 이집 식구들은 이번 회갑을 계기로 몇년만에 온식구가 한자리에모여 즐거움을 만끽하고있는데 『4년후인 어머니의 회갑때는 보다 멋진 책을 낼 계획을 하고있다』고 밝혔다.
또 각자의 일을 끝낼수 있는 5년후에는 온가족이 모두 서울 교외에 집을 마련, 함께 살 궁리도 하고 있다고 했다.<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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