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절개 그려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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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견작가 이문구씨(51)가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을 펴냈다(문이당간).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서 충절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소설 『금오신화』와 수천편의 시를 남긴 문인이다. 세 살때 이미 문장을 엮고 다섯 살때 사서삼경을 뗐던 김시습의 천재성은 날로 더해 당대 최고의 문인 학자로 떠오르지만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벼슬을 털어버리고 팔도를 방랑하며 세상의 도저한 불의와 민중들의 삶을본 그대로 시로 남겼다.
소설 『매월당 김시습』은 이러한 김시습의 삶을 그의 시를 통해 다시 엮어가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에는 한시를 통한 의와 절의 동양고전세계가 오롯이 들어있음과 함께 조선 전기의 사회상이 그려지고 있다.
『5공출범 당시 많은 문인들이 잡혀가 고통받을때 지식인들의 절개·저항등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권력에 빌붙어 한쪽 지식인들은 대량출세하는 시대, 무엇을위해 저항하며 대량희생되는가하고요. 그러다 보니 역사의식이 떠오르고 최초의 저항문인으로 김시습이 잡히더군요.』 저항문학 최초의 선배로서 김시습을 기리려 이작품을 썼다는 이씨의 설명이다. 문학관에 있어서도 김시습은 『시는 시다』며 당대의삶과 사회상을 읊어나가 음풍농월을 일삼는 고답적 문학에 파격을 주었다.
『문학에 있어서 뿐아니라삶 자체가 파격이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는 방법으로 자연을 벗삼아 세상을 떠돌다보니 중·미치광이·거지 등으로 김시습은 전국 곳곳에 기항을 뿌렸지요. 개인적 삶은 도대체 돌보지않고 끝없이 방랑하는 그 문인적 기질이 오늘에 이어지며 예술의 혼, 삶의 원초적자유를 끝간데 없이 넓히는것 아닐까요.』
이 작품을 통해 이씨는 비판·저항문학의 원조로서 뿐아니라 자유로운 예술혼의 원형으로서의 김시습을 조명해보려 했다한다. 김시습의 예술혼을 감응하기 위해 그의 발자취가 스민 전국을 떠돌았다는 이씨는 그러나 『네가 나를 어찌 안다고 그리 건방진 수작을 하더란 말이냐』는 호통소리만 들릴 정도로 김시습을 제대로 형상화해내기는 힘들었다 한다.
이씨는 『역사적 인물들을 야담화·회화화·상품화시키는 것은 후손들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며 현재 가볍게 쓰이고 읽히고 있는 일부 역사인물 소설들을 비판했다.<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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