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물 살리는게 우선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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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달동안 무려 여섯차례에 걸쳐 한강하류에서 모두 4백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명확한 원인규명조차 못하고 있다. 못하는 것인가,안하는 것인가.
한갓 미물의 죽임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고 방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원인 여하에 따라서는 한강물을 젖줄로 해서 살아가고 있는 1천8백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하나의 증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만약 이들 물고기의 떼죽음이 강물의 오염에서 발생한 사태라면 그 오염된 물을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중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최근 날씨가 무더워서 수온이 상승한데다가 오랜 가뭄으로 인천 앞바다의 만조때 짠 바닷물이 한강으로 역류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그 책임을 자연현상에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류에 설치된 수중보에 막혀 물흐름이 완만해져 생긴 호수화현상 때문에 각종 오물들이 흘러 내려가지 못하고 잠겨서 부패함으로써 빚어낸 산소부족현상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각종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여과없이 흘러들어 강물의 오염이 심해진데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강개발계획의 잘못과 하수관리의 허술 등은 마땅히 당국이 책임질 일이다.
우리는 이들 원인추정중에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를 단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91년판 「환경백서」에 따르면 한강은 청평·양평 등 상류에서 노량진·영등포에 이르는 하류까지 온통 오염상태가 해마다 악화일로에 있다. 작년초 낙동강 페놀사건을 계기로 발표했던 「4대강 수질개선 종합대책」에 따르면 내년까지는 한강상류의 수질을 1급수로 개선하게 돼 있다. 거창하게 떠들어댔던 계획이 진행중이라면 한강오염은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기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잠실대교와 행주대교에 설치된 수중보는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는데는 필요한 구조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호화유람선을 띄우기 위한 수중보가 강물이 더욱 썩어들어가는 원인을 제공했다면 한가한 뱃놀이가 강물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인간이 자연을 활용하는건 좋은 일이나 재앙을 무릅쓰고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재앙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 오판의 책임은 막중한 것이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미물의 희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이 종국에 가서는 인간에게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 당국은 그 원인을 오도하거나,호도하지 말고 정확하고 명백히 밝혀내야만 한다. 그리고 강물을 살려내는 일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가치를 지닌 과제임을 인식하고 면밀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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