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질투』|신선한 젊음 표출에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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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젊은이들의 사랑타령은 TV드라마가 곧잘 써먹는 소재다. 잘만 만들면 방송사측의 시청율 올리기용으로 그만이다. 제작진이 기를 쓰고 청춘물에 손을 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작품들이다.
MBC-TV 드라마 『질투』는 좀 색다르다. 이 드라마는 현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고민을 그린 작품이다. 최진실·최수종 등 청춘스타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호화배역의 기존 청춘드라마와 그리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변덕이 죽 끓듯이 보이는 요즘 젊은이의 사랑얘기인줄 알았는데 그 반대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 갓 사회물을 먹은 남녀 동창생들의 감정교차가 재미있다.
우정이 사랑으로 바뀌고 그사이에 미움·질투 등의 미묘한 감정이 싹튼다. 그러나 고민 끝에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양보할 줄도 안다. 때문에 극중 인물들의 매무새는 깔끔한 「압구정동 젊은이」인데 극 내용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현대적인 감각의 젊은 군상이 벌이는 사랑빼앗기 싸움이 삼각·사각관계로 얽히고 설켜 얼핏 식상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인데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잘 포장한 작가와 연출자의솜씨가 돋보인다.
『갑자기 숨막히게 보고 싶어 찾아왔다.』『머리좋고 돈많이 버는 남자가 좋다』는 식의 거침없는 애정표현과 자기 주장을 할 줄 아는 현대 젊은이들의 호흡이 드라마 전편에 살아 숨쉰다.
그러면서도 영화같은 말끔한 화면처리가 극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네온사인이 현란한 도시야경, 파롯한 잔디가 깔린 야구장의 경기장면, 잘 정돈된 카페 등의 화면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경음악들이 감미롭다. 『졸업』『러브스토리』등 외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생동감있는 영상처리와 음악이 탁월하다.
『질투』는 만나기 만하면 티격태격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싸움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지 않았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유행어에 민감하다는 「압구정 젊은이들」이 쭈볏거리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반응은 어떨까-. 이 드라마는 그러한 신선함을 화면에 옮기는데 성공했다.
젊은이의 사랑과 고뇌, 격을 살린 화면 등 현재의 긴박감을 끝까지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앞으로의 문제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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