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돈' 세계 증시 밀어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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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10일 쓰촨(四川)성 의 쑤이닝시 시민들이 증권 거래용 계좌를 만들기 위해 길게 늘어 서 있다.[쓰촨 로이터=연합]

세계 증시가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중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코스피 지수도 10일 장중 한때 1600선을 넘었다. 유럽 증시도 상승세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풍부한 유동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글로벌 증시를 거침없이 밀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언제 2월의 '차이나 쇼크'와 같은 급등에 따른 조정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쏟아지는 신기록=중국은 투기 붐을 연상시킬 정도다. 10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4049.70로 마감했다. 전날 4000선을 처음 돌파한 이후 하루 만에 다시 36.62포인트(0.91%) 올랐다. 올해 초 2700선에서 시작한 상하이 지수는 2월의 차이나 쇼크가 무색하게 400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증시는 급등에 따른 피로한 기색도 없이 폭발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9일 중국 증시는 상하이(332억 달러)와 선전(158억 달러) 두 곳의 총 거래액이 4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 전체 거래 액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일본(269억 달러)과 한국.호주 등 아시아 11개 증시 거래액(165억 달러)을 능가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당국이 과열을 우려하지만 투자자들은 계속 증시로 몰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중국인들은 너나없이 증시로 몰려들어 전체 계좌 수는 곧 1억 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중국 증시 계좌 수는 지난달 말 9400여만 개로 최근 하루 수십만 계좌씩 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도 1만3362.87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최근 26 거래일 중 23일이나 올라 1927년 이후 80년 만에 최장 랠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나스닥 지수도 2572.15로 마감해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지난달 9일 1500선을 돌파한 이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4월에 26억10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아시아(일본 제외)에서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1만8000선을 넘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2003년 3월부터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활황을 보이면서 전 세계 주가가 평균 101% 올랐다"고 말했다.

◆ 랠리냐 조정이냐=주요 증시의 랠리는 세계적인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이 꼬리를 물면서 증시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에도 아시아.유럽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도요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기업들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조정을 점치는 신중론도 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2월 중국 상하이 지수가 3000선을 넘은 직후 차이나 쇼크가 급습하면서 많게는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증시의 거품을 우려하는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 골드먼 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투자자들의 지나친 도취감으로 중국 증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도 "어떤 기준으로 봐도 중국 증시는 거품이며 당국은 거품 제거를 위한 정책을 펴거나 거품이 터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표재용.염태정.고란 기자

◆ 유동성 랠리='유동성(liquidity)'은 투자가 가능한 돈, 즉 현금이다. 랠리(rally)는 증시용어로 '상승장세'를 뜻한다. 둘을 합한 유동성 랠리는 증시로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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