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노천 결혼시장 "아들·딸 배필 찾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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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上海)시청 인근의 인민공원. 나이 지긋한 500여 명의 시민들이 종이쪽지에 적은 아들·딸의 신상명세서를 들고 서성거린다.

''본인은 71년생 대졸으로 미혼입니다''로 자신을 소개한뒤 ''외모는 준수하고 온화하며 선량한 여자를 원한다''라고 적은 문구판을 들고 서 있는 남자.

"저는 딸이 있어요. 우리는 아들이 있답니다."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찾기라도 하듯 묻고 답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상하이 인민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노천 '결혼시장' 풍경이다. 결혼 적령기의 아들·딸들을 둔 부모들이 직접 나와 배필감을 찾는 것이다.

공원 주변에는 사진과 함께 신부와 신랑감들의 신상정보가 적힌 A4용지 크기의 안내장이 곳곳에 나붙어 있다. 배필을 찾는데 실패했는지 수 십 번은 들고 나왔음직한 손때 묻은 안내문도 보인다. 구혼광고판을 들고 다니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마치 지난 80년대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던 우리의 '이산가족 찾기' 모습을 연상시킨다.

황포강 인근에 사는 웨이(魏.65.여)씨는 32세된 딸의 사진과 신상명세서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키 1m58㎝, 몸무게 48kg, 대졸, 직업 영어교사, 상하이 호적 소유, 월수입 4000위안(약 48만원), 성격 명랑 쾌활, 가정을 사랑하고 책임감 있음" 딸에 관한 내용을 빼곡히 적은 메모장을 들고 사람 사이를 누빈다. 웨이 씨 주변에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궁금한 것을 캐묻는가 하면 어설픈 글씨체로 안내문을 노트에 옮겨 적느라 바쁘다. 노트에는 웨이 씨의 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신붓감의 신상명세서가 빼곡히 적혀 있다.

예비 신랑 신부의 신상 정보를 쪽지에 적어와 이를 원하는 부모들에게 나눠주는 자상한 부모들도 많다. 본인 정보를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배필을 찾기 위해 공원에 나온 부모들은 토요일을 이용해 정보를 교환한다. 본격적인 맞선은 다음날인 일요일에 이뤄진다.

이곳에 나온 사람들은 혼기가 된 아들.딸의 배필을 찾으려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업적인 중매쟁이도 부쩍 눈에 띈다. 중매쟁이들은 공원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영업'을 한다. 이들의 좋은 신랑.신부의 판단기준은 대부분 직장과 월 수입이다.

보기 드문 경우이지만 안내장을 목에 걸고 직접 공원을 찾는 용감한 예비 신랑도 있다. '진품'이 눈앞에 있으니 단연 주변의 시선을 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질문 공세를 편다.

수입은...? 직장은...? 자가용은...?

중국은 남녀교제가 자유롭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데이트 족들은 남의 눈을 아랑곳 않고 대담하게 애정표현을 한다. 그러나 자식의 배필을 구하기 위해 부모가 직접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연애와 결혼은 다른 것같다.

영화 '상하이 신부'에서처럼 노천 결혼시장은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상하이의 잔인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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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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