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관리 큰 부담/유가 13.4% 인상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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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비절약·정유사 경영난 해소 미흡/환율 계속올라 연말 또 한차례 고비
이번의 유가인상은 국제유가·환율상승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정부쪽에서는 설명하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연말께 추가인상 가능성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계속 남는다.
정부는 25일 0시를 기해 전체 유가를 평균 13.4%(소비자가격),휘발유값은 22.7% 인상했다.
5월 현재 배럴당 18.19달러(OPEC)로 18달러선을 넘어선 국제유가는 하반기 20∼22달러로 예상돼 원유평균도입 단가도 상반기 배럴당 16.90달러에서 하반기에는 19.87달러로 오를 전망이고 연초 달러당 7백60.80원에서 최근에는 7백90원선을 넘어선 환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인상의 배경이다.
정부는 또 20% 이상의 높은 증가율(1∼5월중 26.8%)보이고 있는 석유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고유가정책의 채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놓았던 터다.
그러나 유가인상은 이처럼 당위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폭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정유사 모두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기획원으로서는 물가·임금 등의 상승률을 모두 10% 이내에서 묶고 있는데 기름값의 평균 13.4%인상은 「한자리수 정책」을 스스로 깬 셈이 됐다.
또 이번 유가인상이 도매물가에 1.11%,소비자물가에 0.33%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유화산업·버스·택시 등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때 하반기 물가관리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동력자원부는 이번 유가인상폭으로는 석유 소비를 줄이는데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휘발유는 일본·프랑스 심지어 산유국인 영국보다 싸며 경유는 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보다 1∼2배 싸다는 것이다.
음료수와 비교해도 콜라가 2백50㎖에 3백50원,코피 1잔에 1천원인 것을 감안할 때 휘발유는 올린 가격이 ℓ당 6백10원으로 아직 엄청나게 싸다는 설명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번 휘발유값 22.7% 인상으로 인한 소비감소효과는 3.8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진념동력자원부장관은 『욕을 먹더라도 에너지 절약운동과 내년도 에너지절약시절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20%이상 대폭 올리려 했으나 하반기 전체 경제운용계획을 고려,13.4% 수준에서 인상폭을 매듭지었다』면서 『유류 절약을 위해 소비성 휘발유는 20%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산업용 벙커C유 및 서민용 LPG는 한단위 숫자의 낮은 수준에서 기획원 등 관계당국과 절충선을 찾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가인상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에 유가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유가를 배럴당 16.90달러에서 18달러로,기준환율은 달러당 7백65원에서 8백원으로 각각 올렸으나 현재의 국제유가 및 환율추세로 볼때 이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걸프사태때 국내 유가안정을 위해 정유사가 손해를 본 4천1백억원 가운데 이번 유가인상으로 인해 생기는 상환여력은 9백50억원에 불과,경영정상화를 위해 손실보전금을 돌려달라는 정유사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한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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