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고지안된 진술 유죄증거 삼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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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피의자 방어권 보장해야/대법,폭력배 「수사테이프」 위법 판결
검찰이 피의자수사를 통해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피의자에게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가 있음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를 피의자 또는 관련피고인의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내려졌다.<관계기사 21면>
이 판결은 비록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분명히 해 적법절차를 무시한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회창대법관)는 24일 부산지역을 무대로한 폭력조직 「신20세기파」 두목으로 지목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원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상고한 안용섭피고인(41·부산시 신평동) 등 2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공범 피의자의 진술거부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채 이루어진 수사기록을 유죄의 증거로 삼은 원심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제12조)과 형사소송법(제200조)에 따라 보장된 것』이라며 『검사가 피의자의 진술거부권리를 사전에 고지했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공범의 수사과정 녹화테이프 등은 비록 임의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원심부분파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정증인의 진술 등 기타의 제출증거를 근거로 피고인의 유죄는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형량을 확정했다.
안 피고인 등은 「범죄와의 전쟁」이후 수괴급 조직폭력배로 분류돼 지난해 3월2일 사전영장이 발부돼 수배를 받아오다 같은해 4월28일 검거돼 구속됐으며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범죄단체조직혐의를 인정하는 공범 K씨의 수사과정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와 테이프검증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원심이 이를 인정하자 상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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