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인들 “일본인을 가장 환영”/전택원특파원 프놈펜서 2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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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모만 비슷하면 일어로 호의/가장 싫어하는 나라 월남­프랑스순
캄보디아 유일의 국제급 호텔인 캄보디아호텔에서 지난 20일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우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일본인 손님이 갑자기 포크로 식탁을 탕탕 두드리며 캄보디아 종업원을 불러세웠다. 『바카야로』 『바카야로』 연속으로 모욕을 주었다. 주문에 빨리 응하지 않았다는 시비다. 그러면서 자신들끼리 『이런 놈들은 이런 식으로 대해줘야 해』라고 떠들었다.
프놈펜에서 고교를 나오고 모스크바유학을 다녀온 테우 테아(24·여)는 『베트남이 가장 싫은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캄보디아를 물에 빠지게 해놓고 건지는 시늉만 하는 나라』라고 분개했다.
역사적으로 지역 약소국인 캄보디아는 이웃한 지역 강국 베트남과 태국에 끼여 친태국파·친베트남파로 나뉘어 과거에는 왕조를 절단냈고 지금도 크메르루주·태국·프놈펜공산정권·베트남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베트남 다음으로는 교만한 프랑스인들이 싫다.』
88년 관광사업이 시작된 이래 가이드로 일해온 테아의 견해는 캄보디아인들의 외국관을 그대로 대변한다.
베트남인들은 프놈펜시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군인들은 철수했다지만 사복군인·밀정이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고 게다가 수백명 월남인 창녀들이 건너와 프놈펜시민들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다.
이에 반해 캄보디아인들은 외모가 일본인 비슷하기만 해도 짧은 일본어로 호의를 표시하려고 든다.
일본인은 외국인 가운데서도 가장 환영받는 대상중의 하나다.
유엔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대표 아카시 야스시(명석강)가 『내년 5월 총선은 크메르 루주가 빠진다고 해도 강행하겠다』고 한 것은 크메르 루주에 대한 압력용으로 볼 수 있다.
크메르 루주의 예상지지율은 10%내외,단독 집권능력은 없다.
그러나 전체인구 80%를 차지하는 농민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크메르 루주는 정치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대세가 된 평화계획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미국의 캄보디아 평화계획의 기본 시나리오이자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같은 미국의 연출을 배경으로 주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곳 외교계의 여론도 일본이 이 지역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같은 일본의 캄보디아 진출은 오랜기간 공을 쏟은 결과이며 UNTAC의 아카시,UNHCR(고등난민판무실)의 오가타 사다코(서방정자) 고등판무관 등 일본의 국제인사들도 큰 역할을 했다.
내년 총선은 압도적인 시아누크의 승리로 점쳐지고 있다.
프랑스 보호령의 꼭두각시로 등장했던 변신의 마술사 시아누크가 이번에는 일본과 손을 잡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인들이 몰려온다』는 것은 적어도 캄보디아인에게는 위기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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