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세계 자동차 업계 첫 여성 CEO / 재규어 보에리오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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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아나 보에리오(55.사진) 재규어 사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첫 여성 대표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는 1976년 포드에 입사한 이래 줄곧 자동차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름 약자를 딴 '비비(BB)'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재규어의 부흥을 일궜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보에리오 사장은 " 아시아에서 2004년 이후 프리미엄 승용차 판매가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며 "영국의 귀족적 디자인을 계승한 재규어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재규어 디자인의 특징은 뭘까. "앞뒤 균형 잡인 몸매, 그리고 정차 중이라도 튀어나갈 듯 웅크린 재규어(표범)를 연상케 하는 스포티한 긴 직선"이라고 답했다. 유행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이런 요소들을 고수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재규어에는 2005년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포드 그룹의 이안 컬럼 수석 디자이너가 합류했다. 그는 영국 최고급 스포츠카인 애스턴 마틴을, 재규어에서는 신형 스포츠카인 XK를 디자인했다. 이는 영국식 귀족풍과 현대적인 스포츠카 스타일을 잘 조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료전지 차량 등 친환경차 개발에 관해 그는 "재규어는 가솔린 엔진보다 매연이 적게 나오는 클린 디젤에 집중한다"며 "하이브리드 카 개발 계획은 없고 연료전지 차량은 포드 그룹 제품을 쓸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규어는 지난달 2.7ℓ클린 디젤엔진을 단 대형 세단 XJ를 출시했다. 힘이 가솔린 5000㏄와 맞먹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 배출량이 가솔린의 60~80%에 불과해 유럽에서 각종 클린 에너지 상을 휩쓸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귀족적인 디자인 뿐만 아니라 수공으로 만든 실내 인테리어와 고급스런 가죽 시트, 모터 스포츠 전통을 계승한 엔진 소리 등으로 차 고객에게 소유의 기쁨을 주는 게 회사의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보에리오 사장은 미 피츠버그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포드에서 재무와 마케팅 관련 부서를 거친 뒤 95년부터 재규어의 재무담당 임원을 지냈다. 2004년 7월 재규어의 최고위직에 올랐다. 취미는 정원 가꾸기와 여행이다.

상하이=김태진 기자

◆재규어= 1922년 영국에서 출범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간판 고급차로 성장했다. 유행과 상관없이 네 개의 헤드라이트와 '라이온스(사자) 라인'이라 불리는 보닛의 긴 곡선을 고수해 전통을 중시하는 매니어 층이 두텁다. 90년 경영난으로 미 포드에 팔렸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전 세계에서 7만5000대. 전년 대비 10% 감소한 판매량으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결과다. 한국에선 지난해 440대를 팔아 전년 대비 80% 늘었다.올해 목표는 500대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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