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우등생 비밀? 알고보니 오답 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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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의 교과 학습에서 노트 필기가 중요하다는 이지은(오른쪽)씨가 도서관에서 만난 학생에게 오답 노트 작성법을 얘기해주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경기 B고 3학년 정보윤(17)양은 이번 1학기 중간 고사 기간 중에도 노트 정리를 했다. 정양이 지난해 8월부터 해 온 ‘오답 노트’ 정리다. 모의고사나 중간ㆍ기말고사 기출 문제에서 틀린 것을 중심으로 정리하다 보니 이제는 과목별로 노트가 묵직해졌다. 정양은 “틀린 문제의 패턴이 눈에 띄고, 무엇이 부족한지 한눈에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양처럼 오답 노트를 만들거나 꼼꼼히 노트 필기하는 중ㆍ고교생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게 학교 교사들의 얘기다. 친구 노트를 복사한 뒤 그 위에 색 펜으로 칠하고 가필하거나, 심지어 디지털 카메라로 칠판 판서 내용을 찍어 프린트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치른 시험지는 가방 속에 처박아 두는 일도 흔하다.

 '노트 한 권으로 대학 가기'(뜨인돌)의 저자 이지은(28)씨는 “노트 필기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돈 안 드는 오답 노트 정리만으로도 내신ㆍ수능에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연세대 법대ㆍ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스터디 플래너’ 를 제작한 학습법 전문가다. 이씨가 말하는 노트 정리법을 알아본다.

 

틀린 이유와 핵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영어 오답 노트와 생물 노트.

◆오답 노트로 성적 끌어올리기=학교 중간고사에서 틀린 문제는 여러 종류로 분류된다. 표기를 잘못해서 틀린 것도 있고, 아예 개념을 몰라서 못 푼 것도 있다. 오답 노트는 정답이 이건지 저건지 헷갈리는 문제에 한정해 만든다. 이씨는 “수학의 경우 개념조차 모르는 문제는 제외하고, 맞힐 만한 문제를 중심으로 오답 노트를 만들자”고 말했다.

  

오답 노트는 종이에 쓴 다음에 다시 묶을 수 있는 구멍 뚫린 바인딩 노트가 적당하다. 여기에 이번 중간고사 때 틀린 문제 중 한 문제를 가위로 오리거나 찢어 노트 한쪽에 붙인다. 가급적 풀이과정이나 답안이 안 적혀 있는 게 좋다. 틀린 문제가 붙여져 있는 노트의 반대편이나 뒷장엔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 이유를 적어 본다. 나만 알 수 있는 용어로 적어도 된다. 그리고 왜 이런 문제를 냈는지 생각해 보고 그 내용도 적는다. 이씨는 “왜 이런 문제를 출제했는지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문제를 보는 통찰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 하나당 한 페이지씩 오답 노트를 만든다. 한 페이지에 여러 문제를 만들다 보면 여백을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이를 교과별, 단원별로 정리한다. 중간고사뿐 아니라 기말고사, 수능 모의고사 등 시험을 본 다음날엔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번 만들어진 오답노트는 그 다음날 반드시 한번 다시 본다.
 이씨는 “중간ㆍ기말고사나 모의고사로 한정해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게 좋다”며 “참고서를 풀다 틀린 문제까지 만들다 보면 오답노트 만들기가 큰 부담이 돼 몇 번 만들다 보면 더 이상 하기 싫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답 노트와 필기 노트 합체하기=오답 노트로 정리된 교과를 복습할 때 먼저 틀린 문제만 보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과거에 적어 놓은 틀린 이유를 살펴보고, 해설을 보는 식으로 복습한다. 오답 노트는 학교 수업 시간에 정리하는 정규 필기 노트와 반드시 합체해야 한다는 게 이씨의 조언. 합체는 바인딩 노트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학교 수업 필기 노트와 오답 노트를 각각 따로 만든 다음 나중엔 바인더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학교 수업 노트, 인터넷 강의 노트, 학원이나 과외 때 배운 노트, 오답 노트를 합체하면 노트의 힘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정리된 노트는 고3이 되면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좋다. 이씨는 “고3 때 와서 보면 왜 이런 오답 노트를 만들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틀린 게 이해가 안 되는 문제도 있다”며 “이런 오답 노트는 고3 때 과감히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노트(학교ㆍ인터넷강의ㆍ학원ㆍ오답)는 수능 ‘D-100일’엔 힘을 발휘한다. 이때 와서 새 참고서를 뒤적이기보다는 단권으로 만들어진 노트만 보고 막판 대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글=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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