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최상묵(서울대 치과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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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옛날 못 살았던 시절 입은 단순히 먹고 살아가는 생존 본능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더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나 하는 쾌락의 경지에서 구강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직장에서 점심식사 후 화장실 같은 곳에서 이를 열심히 닦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구강청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탓이기도 하지만 대인관계에 있어 혹시 상대편에게 불쾌한 입 냄새를 풍겨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염려해 예의를 갖춘다는 뜻에서 입 속의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입 냄새는 본인이 스스로 냄새를 느끼는 경우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소홀히 하면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입에서 냄새가 나는 원인은 냄새의 근원이 입 속에 있는 경우, 입 속이 아닌 다른 내과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내과적 원인으로는 주로 위장병, 특히 위궤양이 있을 때 입 냄새가 심하게 난다. 그 외에 폐 질환·기관지질환·당뇨병·간질환 등이 있을 때도 입 냄새가 난다. 이런 경우 내과적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만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입 속 자체에서 냄새가 나는 경우는 주로 심한 충치 때문에 치아에 구덩이 생겨 음식물 찌꺼기가 그 속에서 부패됐거나 치아의 신경조직인 치수가 감염되어 괴사했을 때 입 냄새가 심하다.
또 오랜 시간 말하지 않거나 잠자고 난 아침에 더욱 입 냄새가 심해지는데 입 속이 휴식 할 때는 침에 의한 자동 청결을 못해주기 때문이다. 그밖에 구내염·구강암이 있는 경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도 입 냄새가 매우 심해진다.
의치를 끼고 있는 사람, 담배를 심하게 피우는 사람, 혀에 설태 같은 것이 많이 끼어 있는 경우도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입 속에는 항상 무수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그 세균들이 음식물 찌꺼기·당분들과 엉겨 플라크라는 세균막을 만들어 잇몸에 불어 염증이나 충치를 만든다.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법은 합리적이고 철저하게 이를 닦는 것이며 이는 입 냄새를 없애주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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