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캠퍼스에 종교활동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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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대학 캠퍼스에 종교가 돌아왔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종교 강좌를 듣는 것은 물론 종교적 문제와 죽음 후에 대해 토론하는 동아리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에서 37년간 전도사로 일해온 피터 고메스는 "과거엔 종교적이라고 하면 똑똑하지 않다는 의미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지난 100년을 통틀어 가장 활발한 종교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주 콜게이트대에서 기독교.가톨릭교.유대교 등 종교 동아리는 지난 몇 년 새 5개에서 11개로 증가했다. 뉴욕주 코넬대와 뉴저지주 럿거스대 뉴워크 캠퍼스의 무슬림 학생 모임은 지난달 이슬람 소개 행사를 열면서 텐트를 늘리는 등 규모를 확대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대에서 종교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2명에서 올해 18명으로 늘어났다. 2004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11만2000명의 신입생 중 60%가 기도를 하며 80%가 신을 믿는다고 답했다.

◆ 이라크전, 부모의 자녀교육이 원인=학자들은 캠퍼스 '종교 붐'의 원인으로 9.11 테러와 이라크전을 꼽는다. 9.11 테러로 알카에다 같은 극단적 무슬림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이라크전으로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대학생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의 자유로운 성향도 빼놓을 수 없다. 리하이대의 전도사 로이드 스티븐은 "부모들이 과거와 달리 종교를 자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지금 대학생들은 종교 강좌와 예배 등을 통해 스스로 영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외국 학생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저항의 상징이었던 버클리대에는 지금 독실한 기독교계이며 아시아계 학생이 다수 다니고 있다. 버클리의 캠퍼스 전도사인 랜디 베어는 "현재 기독교 동아리만 50~60개로, 캠퍼스 인근의 성당.교회의 예배 참석률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콜게이트대 2학년생인 가베 코넌트는 "내가 그동안 접해온 종교의 실체는 무엇이고, 내가 그것을 계속 고수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려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 베이비 부머(baby-boomer)=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6∼65년에 출생한 미국 사회의 신주도 계층. 7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60년대 성해방과 히피 문화, 록음악 등 다양한 사회·문화운동을 주도해 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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