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수혈 과잉기대는 금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재무부가 11일 발표한 외국인주식투자 확대조치는 백약이 무효였던 침체증시를 어떻게든 부추겨보려는 고육책의 하나로 보인다. 투신사들에 대한 한은특융이라는 무리수를 써도 꿈쩍도 않는 증시에 이제는 다시 외부로부터의 수혈로 회복을 시도해보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이번 조치의 골자는 기업당 발행주식의 10% 이내로 한정시켜 놓은 외국인 투자한도를 25%까지 늘려주고,외국금융기관에 적용했던 국내주식매입제한을 풀어 국내 금융기관에 준하는 대우를 해준다는 것으로 돼있다. 이와 함께 주식예탁증서의 발행에 있어 지금까지는 신규발행주식만을 담보로 할 수 있게 했으나 앞으로는 이미 발행된 주식을 담보로 할 수 있도록 주식예탁증서도 발행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7월1일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로 59개사 72개 종목이 종래의 10% 투자한도에서 풀려나 전체 외국인 지분율 25% 이내에서 최고 10%까지의 추가투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가 바닥을 헤매는 주가회복에 얼마간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증시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수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상마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제한의 완화에 의한 증시부양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는 금년초의 증시개방 당시에 잔뜩 부풀었던 기대가 여지없이 무산되고만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허용이 증시활황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믿었지만 현재의 주가는 연초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증시가 전세계적으로 활기를 잃고 있다는 사실과 대다수 주식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증시개방 당시의 투자한도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에 대한 과잉기대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에도 증시개방의 외국인자금유입효과가 미미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증시개방의 폭을 확대하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임을 한편으로 인정하면서도 경제활동상의 모든 대외개방은 한걸음씩 앞을 나아갈 수는 있어도 거꾸로 되돌아 갈 수 없는 불가역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만큼 증시개방 역시 증시회복의 절박성에 쫓기기 보다는 전반적인 대외개방전략의 구도에 맞게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개방확대를 통한 증시자극의 시도도 국내 실물경제의 튼튼한 뒷받침이 있을 때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