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난조를 경계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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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자제법 위반·장관 국정보고 문제 있다
최근 정부·여당이 난조를 보이고 있다. 엄연한 위법사태를 빚고도 합리화시키기에만 급급하는가 하면 선거조기과열을 부채질하는 이상행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시한을 아무 조치없이 넘겨버린 정부의 책임과 김영삼후보에 대한 장관의 국정보고 등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보고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먼저,단체장선거의 법정시한문제에 관해 정부·여당은 중대한 착각을 하고있는 것 같다. 단체장선거의 연기를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지지한다 하더라도 법을 어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이 지지한다고 위법을 해도 좋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단체장선거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합법적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6월말 시한은 훈시규정이니 안지켜도 그 뿐이라는 식의 억지논리를 펴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단체장선거 연기방침은 어제 오늘 갑자기 결정된 것도 아니다. 이런 위법사태가 없도록 정치적·법률적으로 조정하고 준비할 기간이 많이 있었다. 야당이 연기를 반대하고 한바탕 정쟁이 있을 것도 다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태평스레 시간만 보내다가 시한에 임박해서야 한두차례 협상을 하는 시늉만 내고는 유유히(?) 위법사태를 빚고말았다. 정치력도 없고,법지킬 의사도 없음이 여지없이 증명된 셈이다.
이제와서 내무장관의 성명 하나로 어물쩡 넘기려 하지만 그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더 깊이 반성하고,사과하고,책임지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최근 김영삼후보가 장관의 국정보고를 받는 일과 그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가 일으키는 잡음에 대해서도 몇가지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부가 국정현황과 일정수준의 국가기밀을 대통령후보에게 브리핑하는 것은 국가이익을 보호하고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집권당후보 뿐만 아니라 야당후보도 포함돼야 옳다. 더욱이 브리핑이 집권당후보의 위상제고 등 선거운동성으로 활용되면 형평에 어긋나고 사전선거운동이란 비난을 받기 쉽다. 김 후보에 대한 장관보고는 선거운동성으로 보일만 하다. 집권당후보는 선거에서 행정부의 실적을 책임져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국정을 더 챙기고 당정협의를 더 긴밀히 하는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임기말의 누수를 촉진하고 사전선거운동처럼 돼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민주산악회가 호가호위격으로 관을 끼고 행사를 벌이고 국립공원입장료도 안내면서 민원을 사는 일 같은 것은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고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민자당은 스스로 최근 상황을 냉정히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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