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시험 교과과정 충실 전인교육완성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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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달 27일 제5차 대학수학능력시험 실험평가를 고등학교 2학년생 약 3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바 있다.
이 시험을 치른 후 대체적인 반응은 수학능력시험이란 게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학생도 교사도 이구동성이었다.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친 실험평가기간 중에도 이러쿵저러쿵 의견들이 분분했지만 고등학교 일선의 반응은 이번 제5차 평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을 1년 남짓 앞둔 이 시점에서 이 시험이 의도한 목적,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든 이 시험과 연관이 있는 우리모두가 지금까지 교육에 대하여 가지고있던 관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3인 내 아들이 혹시 TV앞에라도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난 듯이 온 집안식구가 걱정하고, 밤낮으로 책상 앞에 엎드려 파리한 얼굴의 맥풀린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는 해도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게 대부분 우리네 가정의 모습이다.
가족끼리 저녁을 함께 하며 여가시간에는 가족들의 합창에 아들의 기타, 혹은 피아노반주로 그 분위기를 돋우고 일요일이면 아버지와 함께 산야를 돌며 신문에 난 세상이야기와 며칠 전 읽은 명작의 혼을 이야기하면서 젊은 기백을 키우는 그런 아들이 있는 가정을 갖기를 바라면서도 현실은 당장의 입시공부에 쫓기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실험평가문제는 후자와 같은 가정분위기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학생이라면 시험문제를 대하고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교과별 전공선생님이 문제를 다 풀어주고 또 좋은 대학에 많이 합격할 수 있도록 문제적중률을 높이는 선생님을 최고의 선생님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임한다면 선생님·학생 모두가 정말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되고 말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실험평가의 문제를 살펴보면 그 원래목적이 그러하듯이 문제의 구성이 통합교과적이기 때문에 어느 한 문제를 두고 이 문제는 수학문제인가, 영어문제인가, 아니면 과학문제인가 하고 경계를 지을 수가 없도록 출제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물체의 낙하속도를 계산하는 문제를 영어로 출제한 경우가 있다 하자. 출제의 내용이 이러하면 수학·영어·과학선생님도 다같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영어선생님은 영어만, 수학선생님은 수학만 잘 가르치고 학생은 잘 배워 시험에 임할 때는 이들 기본지식을 잘 활용하여 학생자신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수학능력시험 실험평가의 출제방향이었던 것이다. 이용원<국립교육평가원 고시운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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